최근 로저 리드 웰스파고 분석가는 CNBC에 출연해 “중국의 디젤 소비 증가세 둔화가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무역전쟁 영향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런 생각을 반드시 틀렸다고 보긴 힘들지만, 그는 중국의 철도 수송량이 전년 대비 10%씩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다. 중국의 철도망도 같은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이 철도 수송을 늘릴수록, 디젤 트럭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디젤 소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관계는 통계적으로 입증된다(아래 차트). 리드 분석가는 또한 올해 3월 천연가스를 연료로 하는 트럭들 중심으로 중국에서 대형 트럭 판매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사실도 간과했다.
중국 경제는 비용이 많이 들고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디젤 연료에서 벗어나서 에너지 효율이 높고, 더 깨끗한 철도와 천연가스로 움직이는 트럭으로 관심을 전환하면서 점점 더 효율화되고 있다. 무역전쟁으로 인해 중국의 디젤 수요가 감소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한 마디로 어리석다. 중국이 만든 제품의 5%만이 미국에 팔리고 있으며, 그것도 대부분이 소비자 가전이나 가치 대비 무게가 아주 가벼운 그와 유사한 제품들이다.
중국 경제를 오판하는 미국
안타깝게도, 미국은 중국 경제가 취약하다는 잘못된 믿음에 빠져있다. 필자도 미국인인 이상 무역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중국 경제에 대한 오판은 승리보다는 굴욕을 낳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대중국 강경파들은 무역협상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로 미국의 양호한 경제 상태를 거론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자기 모순적 망상일 뿐이다.
아래 차트들을 보면 민간 구매자 최종 판매나 수입 차트가 모두 우하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1분기 수입이 급감했다. 소매판매 급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수입은 소매판매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재고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것 역시 좋은 소식이 아니다. 수요가 약해졌다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용이 늘어나고 있는데 왜 소매판매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걸까? 무엇보다 일하는 사람이 늘었어도 일하는 시간이 줄었기 때문이다. 전체 근로 시간(전체 취업자 * 주당 평균 근무시간)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구매관리자지수(PMI)와 동반 하락하고 있다.
은행들은 소비자 신용 조건을 강화하고 있다. 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치에 가깝지만 카드 신용금리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은행들이 신용을 조절하고 있다는 뜻이다.
기술 전쟁에서도 불리한 미국
중국이 올해 6% 성장하든 4% 성장하든 큰 틀에서는 별로 차이가 없다. 무역전쟁보다 더 중요한 건 기술 전쟁이다. 미국은 미국의 주요 반도체 설계사들의 아시아 시장 의존도가 높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인텔은 중국, 싱가포르, 대만에서 매출의 20%씩을 올리고 있다. 퀄컴은 매출의 52%를 중국에서, 또 다른 16%를 한국에서 올리고 있다. 엔비디아는 매출의 38%를 대만, 16%를 중국, 그리고 15%를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에서 창출하고 있다.
화웨이가 가진 5세대(5G) 광대역 기술은 경쟁사들의 기술을 뛰어넘는다. 화웨이는 미국의 최고 제품과 경쟁할 자체 인공지능(AI) 프로세서 라인도 설계했다. 화웨이에겐 가격 경쟁을 통해 아시아 시장에서 미국 경쟁사들을 몰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기술 전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변질될 경우 미국은 중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지배적 지위를 차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GDP, PMI, 소매 판매, 소비자 신용, 총근로시간, 자본 투자 등의 지표를 따져보면 미국 경제가 정부가 자랑했던 3.2%보다 훨씬 낮은 1%를 약간 넘는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미국이 5,7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소비자 수요는 또다시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럴 경우 미국 경제는 ‘둔화’가 아닌 ‘침체’를 겪게 되고,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데이빗 P 골드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