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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해질수록 더 취해가는 아시아

경제 성장과 함께 아시아에서 술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사진: 아이스톡)

시아 국가들에서 술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아시아인들 사이에서 취할 정도로 마시는 이른바 에피소드성 중증 음주‘(heavy episodic drinking)가 크게 늘어났다는 것.

지난주 영국의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인 랜싯’(The Lancet)에 실린 세계 음주 습관에 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1990년도 이후 중국, 태국, 동티모르, 베트남 등지에서 에피소드성 중증 음주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논문은 또한 1972년 세계 최초로 국민총생산(GNP)이나 1인당 국민소득 같은 표준적 경제지표의 대안으로 국민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라는 개념을 도입한 부탄 국민들도 더 자주 술로 슬픔을 달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990년 중국에서는 음주자의 16%만 한 달에 한 번꼴로 과음을 했지만, 2017년에는 이 비율이 거의 두 배나 늘어난 30%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베트남에선 16%에서 24%, 태국에선 18%에서 25%로 비율이 상승했다. 아시아의 2대 최소국인 부탄과 동티모르에선 각각 14%에서 22%로, 그리고 12%에서 20%로 엇비슷한 상승세를 보였다.

인도,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이처럼 과음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약간 오르는 데 그쳤다. 

70년대와 80년대 한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처럼 급속한 경제성장과 아시아 전역의 임금 상승에 힘입어 빈곤한 나라가 중위소득 국가가 되고, 중위소득 국가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가 되는 추세에 발맞춰 이 지역에서 술을 즐기는 인구가 급속히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많은 아시아 지역에서 소득이 늘면서 술 소비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 아이스톡)

이제 아시아 지역에선 돈을 더 많이 쓸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금요일이나 토요일 밤을 술을 마시고 돈을 쓰면서 보는 게 점점 더 유행하고 있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위르겐 레옴 토론토 대학 교수는 “(아시아 지역에서) 절제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술을 마시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데, 경제적으로 이런 생활을 감당할 수 있게 된 게 한 원인이다라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 등 음주 문화가 잘 자리를 잡은 아태지역의 부유한 나라들에서는 에피소드성 중증 음주’  비율이 소폭 낮아졌지만 호주에선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2017년 기준 한국, 호주, 일본에서  이 비율은 각각 40%, 36%, 39%로 점점 더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중국인이나 베트남의 그것보다 여전히 더 높다.

1990년, 2017년, 2030년 연간 성인 1인당 순수 술 소비량 (사진: ‘랜싯’)


논문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사용하는 국가 그룹별 분류에 따랐을 때 “1990년에서 2017년 사이 성인 1인당 술 소비량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104%, 서태평양 지역에서 54% 증가했다면서 현재 음주자의 국가별 비율은 1990년에서 17년 사이에 대부분의 지역에서 상승했다라고 밝혔다.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상황이 좋아지자 기네스 브랜드를 소유한 디아지오와 네덜란드의 대표적 맥주 브랜드인 하이네켄 같은 대형 업체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아시아 지역에 새로운 벤처를 설립하면서 이 지역 내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당연한 결과다.

하이네켄은 인구 120만 명에 불과한 동티모르의 수도(인구 약 25만 명) 딜리 인근에도 양조장을 차렸다.

렘 교수는 통상적으로 광고와 마케팅이 음주 문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절제심이 강한 국가들에서도 바람직한 현대적이고 서구 지향적인 생활 방식 이미지를 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와 술에 대한 관심 확대 및 맥주와 양주 회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아시아 내 많은 지역에서 음주를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 국가들의 경우는 이로 인한 영향을 덜 받고 있다. 이들 국가 중 일부는 이슬람교도들의 음주를 금지하고 있으며, 비이슬람교도들의 음주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사진: 아이스톡)

 

다만 중앙아시아 지역의 사정은 사뭇 다르다. 이 지역 이슬람 국가 대부분이 비교적 많은 술을 소비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오랫동안 중앙아시아를 지배하고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러시아에선 서유럽과 마찬가지로 최근 수십 년간 술 소비량이 감소했다.

이슬람교도가 다수인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브루나이, 파키스탄에선 평생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의 비율이 90%를 훌쩍 넘고, 인도네시아에서도 이 비율이 80%에 육박한다.

렘 교수는 이런 이슬람 국가 사람들은 경제적 부보다 종교적 영향력을 더 많이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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