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센 캄보디아 총리 (사진: 로이터)

캄보디아는 최근 몇 주 동안 매일 정전에 시달렸다. 수도 프놈펜 곳곳에선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 동안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무더운 날씨에 기온이 치솟자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데 대한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훈센 총리는 심각한 가뭄으로 인해 국가 전력 수요의 절반을 공급해주는 수력 발전댐 가동에 차질이 생겨서 이처럼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달 환경부는 가뭄 때문에 농부들에게 다음번 벼농사를 시작하지 말 것을 권유했고, 이로 인해 수입이 줄어든 일부 농부들은 연근만 먹으며 간신히 버티고 있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이 정전의 경제적 피해를 가장 크게 실감하고 있다. 프놈펜은 캄보디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산업들의 본거지이기 때문이다. 정전이 캄보디아 경제에 미치는 피해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공식 추정치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싱크탱크인 아시아 비전연구소의 김룽청 ‘거버넌스, 혁신, 민주주의센터’ 소장은 “정전의 빈도와 지속 기간에 따라 경제적 피해 정도가 다를 것이다”면서, 확실한 증거 없이는 정확하게 말하기 어려워도 공장의 40-50%가 영향을 받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프놈펜에서 한 작업자가 전선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트위터)

또 다른 싱크탱크인 퓨처포럼의 오우 비락 대표는 정전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수천 만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는 정전 사태가 6월까지 지속될 경우 피해액이 수억 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보는 기업인도 있다고 덧붙였다.

3월 중순, 캄보디아 정부는 말라버린 수력 발전댐으로 인해 생긴 전력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선 400메가와트의 전력이 필요할 걸로 추정했다. 지난해 캄보디아에서 소비된 전력의 약 6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지금까지 부족 전력의 4분의 1만 이웃한 라오스와 태국에서 구입해왔다. 베트남은 캄보디아에 전력 판매를 거부했다. 베트남 남부 지역도 전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단전 고통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사회 안정도 해칠 수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전기요금이 크게 올라가자 소셜 미디어에는 이에 대한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빈부격차만큼이나 큰 전력공급 격차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VIP룸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보다도 많았던 캄보디아 유일의 합법 카지노인 나가월드(NagaWorld) 건물엔 밤낮없이 환하게 조명이 켜져 있다. 반면, 프놈펜 변두리 등 가장 가난한 지역은 하루에 겨우 두어 시간만 전력을 공급받으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프놈펜의 아파트 (사진: 페이스북)

이런 끔찍한 상황은 이미 어느 정도 예견 가능했다. 2015년 캄보디아는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었고, 2012년 가뭄 때는 국토의 절반이 피해를 입었다.

2015년 유엔 보고서는 캄보디아가 가뭄과 홍수를 포함한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의 다른 요소들에 세계에서 9번째로 취약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시 말해 보다 전향적인 투자와 계획이 없으면 현재의 전력 부족 사태가 더 빈번히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캄보디아의 전력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캄보디아 경제는 최근 몇 년 동안 평균 7% 성장했다. 정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캄보디아는 2017년에 비해 15% 증가한 2,650메가와트의 전기를 소비했다.

국영 회사인 캄보디아 전력공사(Electricity Authority of Cambodia)는 현재 전체 가구의 약 72%에 전기가 공급되며, 이 비율이 더 늘어나면서 연말까지 전력 수요가 2,870메가와트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캄보디아의 수력발전댐 (사진: 페이스북)

전력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 기업 생산 활동 차질로 인해 세수가 줄어들어 정부 지출도 영향을 받게 된다. 캄보디아 중앙은행은 올해 물가 상승률을 2.6% 정도로 잡고 있지만,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퓨처포럼의 오우 비락 대표는 “세수 피해도 피해지만 전력 공급 부족으로 투자에도 지장이 생긴다”며 “투자자들이 투자 결정을 할 때 정전 피해를 비용과 리스크에 반영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캄보디아는 이미 동남아시아에서 전기요금이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 민간 기업들은 그로 인해 산업, 특히 전기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분야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높은 전기요금은 저비용의 저숙련 제조에서 고숙련의 기술 조립으로 발전해 나가려는 캄보디아 정부의 야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는 비싸고 신뢰할 수 없는 전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과 문제를 잘 알고 있다. 12월 훈센 총리는 올해 전기요금이 인하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커지는 우려를 낮추기 위해 애썼다.

3월 훈센 총리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계획을 발표했다. 민간 기업들은 전기요금 인하를 환영할 게 분명하다. 그러나 캄보디아 정부가 전력 공급조차 제대로 유지하지 못해 애를 먹는 한,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계획은 의미 없는 약속에 불과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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