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 이상 오른 중국 증시를 제외하고 신흥시장 증시는 대체로 투자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S&P/골드만삭스 상품지수가 올해에만 17% 정도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뜻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신흥시장의 상품 수출 의존도가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최대 상품 수출국 중 한 곳인 브라질 증시는 올해 신흥시장 증시 중 가장 부진한 축에 속했다. 페루 증시 역시 상품지수에 훨씬 못 미치는 10%를 좀 넘는 상승률에 그쳤다.

신흥시장 경제가 성장하지 않거나 경제의 향후 전망이 어두워서 이런 차이가 생긴 건 아니다. 그보다 증시의 구성 비중이 더 직접적인 문제이다.
대부분의 신흥시장 증시에선 은행주 비중(25%)이 높다. 다음으로 전화(12%)와 소비재 기업(13%) 순이다. 그런데 아시아 제외 신흥시장 최대 증시인 브라질 증시를 예로 들자면 은행주 등 금융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가깝지만, 브라질 은행 부문은 투명성이 결여됐고 문제가 많은 걸로 유명하다.
그러니 상품 수출이 호조를 보여 경제 상황은 나쁘지 않더라도 증시 영향력이 큰 은행주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동아시아 지역을 제외하고 신흥시장 전화기업들도 비효율적이고 퇴행적이다. 또한 미중간 무역전쟁으로 전 세계적 공급망에 일대 혼란이 빚어지면서 한국과 대만 등 최첨단 기술기업 주식도 압박 받고 있다.
신흥시장 경제 전망이 양호하더라도 주류 기업 대부분의 주가 전망까지 밝은 건 아니다. 개발도상국 투자자이자 기술 제공자로서 중국이 부상하면서 이곳에서 활동하는 많은 기술 기업들이 밀려날 것이다.
연초 다니엘라 거즈만 기자가 블룸버그에 쓴 예상이 적중하고 있다.
“유엔 중남미·카리브 경제위원회가 발표한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뒤로 물러나면서 지난 10년간 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에 대한 중국의 외국인 직접투자가 급증했다. 중국은 2005년부터 2016년 사이에 이 지역에서 900억 달러 가까이를 투하했다. 전기통신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국의 신생기술 투자가 점차 남미 기술 분야 호황의 주된 동력이 되고 있다. 한 남미 기업가는 기자에게 ‘중국에 가면 앞으로 5년 뒤에 중남미에서 일어날 일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중국을 본다. 우리는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메이퇀, 알리바바, 텐센트를 본다’고 말했다.”
중국의 통신, 전자상거래, 전자금융기업들이 다른 신흥시장 성장의 수혜를 볼 것이다. 반면, 중국의 신기술과 사업 방법은 기존기업들을 밀어낼지 모른다.
중국 증시와 다른 신흥시장 증시 사이에 벌어진 격차는.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아시아 기업들이 비효율적 기업 대부분을 대체하면서 신흥시장 증시의 성격이 바뀔 때가 도래했음을 알려주는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