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ustrial activity was sluggish in June, Korean officials have said. Photo: AFP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을 계기로 화폐의 액면가를 낮추는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박승 전 총재 재임 시절 리도미네이션을 추진한 바 있는 한은은 사실상 시행 준비를 마친 상태다. 다만 워낙 휘발성이 강한 문제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다.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 차원에서도 리디노미에이션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15일 Asia Times와의 전화통화에서 ”다른 할 일도 많다“며 ”리디노미네이션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기재부 고위 관계자도 ”검토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의 액면가를 낮은 숫자로 변경하는 조치다. 실질 가치는 그대로 유지한 채 1000원을 1원 또는 10원으로 바꾸는 것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의 필요성이 거론되는 이유는 한국의 경제 규모는 커지는데 화폐 단위는 작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 단위 통계가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기준 한국의 순자산은 1경 3800조원, 금융자산은 1경 7000조원으로 집계됐다. 경제 규모에 비해 화폐 단위가 작다 보니 환율 표기에서도 액면가로 본 경쟁국 대비 원화 가치가 매우 낮은 수준이어서 후진국의 이미지를 풍기는 문제도 있다.

리디노미네이션은 지난 달 25일 한국은행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다시 부각됐다. 더불어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해 ”보다 전향적으로 연구해야 할 때, 제안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게 질문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논의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장점 못지 않게 단점도 따르기 때문에 논의 하더라도 조심스럽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희는(한국은행은) 당사자이기 때문에 (리디노미네이션을 시행하는 방향으로)결론을 내고 하는 게 아니냐 는 오해를 받을 수가 있어 저희가 먼저 거론하는 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위원은 국회에서 전문가들과 공론화를 시작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었고 이 총재는 ”좋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다음 달 초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 의원의 한 보좌관은 ”아직 공론화 과정이라고 말하기는 이르다“며 ”전문가들을 모시고 찬반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우리 의원실이 단독으로 개최할 계획이지만, 다른 의원실과 함께 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권의 한 의원은 ”아직 당내에서 공론화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리디노미네이션 공론화가 부담스럽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표상의 물가 수준과 달리) 서민 체감 물가 수준이 높다는 얘기가 자주 나오는데, 리디노미네이션을 공론화하는 게 바람직한지 모르겠다. 만약 리디노미네이션을 실시한 후 실제로 물가가 급등하면 그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겠나“고 말했다.

리디노미네이션으로 1000원이 1원이 될 경우 995원짜리 물건값은 0.995원이 된다. 이럴 경우 가격이 1원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따라서 불편함이나 후진적인 이미지 개선 효과를 위해 물가 상승이라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느냐는 반대 입장이 만만치 않다. 반면에 리디노미네이션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지표 물가가 낮은 수준을 보이는 등 인플레 압력이 높지 않은 지금이 리디노미네이션 추진의 적기라는 주장도 있다.

한은은 리디노미네이션 추진을 위한 준비는 마친 상태다. 이 총재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리디노미네이션 연구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이 의원의 질문에 ”꽤 오래전에 한 게 있다. 그 후 연구라고 하는 건 다른 나라 사례 등을 보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 2004년 리디노미네에션을 추진한 바 있으나, 인플레이션 발생 등의 부작용이 크다는 반발에 부딪혀 현실화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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