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어느 도시에서나 개발지역 임대료 상승으로 기존 주민이나 자영업자가 외곽으로 내몰리는 일명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주택 중위가격이 무려 150만 달러(17억원)가 넘는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선 전체 거주 가구 중 주택 구입 여력이 있는 가구 비중은 12%밖에 안 된다. 싱가포르, 파리, 홍콩의 사정도 마찬가지이다. 세계에서 집값이 가장 비싸기로 소문난 홍콩에서는 주택 구입을 꿈도 못 꾸는 9만여 가구가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도시 개발과 그것이 사회적, 물리적, 환경적 차원에서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우리는 최근 20년 동안 일어난 여성의 사회적 지위 변화와 결혼관이 어떻게 부동산 시장을 변화시켜왔는지에 초점을 두고 홍콩의 문화적 변화를 조사했다.
그래서 알아낸 사실은, 홍콩의 싱글 여성들이 젠트리피케이션에 놀랄 만큼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과거 연구된 적이 없는 사실이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들의 만혼이 대세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지 벌써 꽤 오래 됐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의 정도는 문화 변화의 차이에 따라 달랐기 때문에 그것이 지역별로 주는 경제적 영향도 달랐다.
20세기 후반 내내 특히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선 싱글 남녀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1950년부터 1990년까지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전역의 젊은 싱글 여성 수는 2,200만 명에서 8,200만 명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무엇보다 문화적 사고방식의 변화 영향이 컸다.
예를 들어, 당신이 중국 본토에 거주 중인 싱글 여성이라면 사람들은 당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것이다. 그곳에선 27세가 넘는 미혼 여성을 ‘생뉘’(sheng nu), 즉 ‘남은 여자’(leftover women)라고 부른다. 하지만 홍콩 사람들이 보는 시각은 사뭇 다르다. 거기서는 늦게 결혼하려는 여성을 ‘한창 때의 여성’(blooming women)으로 간주한다.
고임금을 받는 만혼의 싱글 여성이 늘어나면서 주택 수요가 커지자, 부동산 시장과 지역 재개발을 포함한 경제 전반에 파급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1986년부터 2006년까지 홍콩 전역에서 실시된 공식 인구조사 자료를 분석해봤다. 특히 여성이 젠트리피케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적으로 알아봤다. 4년 동안 분석해본 결과, 홍콩 전역의 약 34%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나타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확인시켜주는 확실한 신호는 임대주택에서 자가 소유주택으로의 전환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는 지역 내에선 자가 소유주택 거주 비율이 1986년 45.5%에서 20년 후 64%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제조업 등 전통적 노동계급 분야 취업자는 1986년 17만7,917명에서 2006년 73만3,870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반면에 금융, 보험, 부동산, 비즈니스 서비스 종사자 수는 1986년 4만9,276명에서 2006년 150만237명으로 3배 증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 내에서는 직업 구조만 바뀌고 있는 게 아니었다. 싱글 여성 수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었다.
위 20년의 시간 동안 싱글 여성 수는 53% 증가했다. 반면 싱글 남성 수는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마찬가지로, 이혼하거나 별거한 여성 수는 남성 수의 두 배 속도로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미혼이건 이혼했건 상관없이 2006년 불과 25.8%에 그쳤던 전체 가구 내의 싱글 여성 가구 비중은 47%로 크게 높아졌다.
싱글 여성들이 홍콩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더 커지면서 부동산 가격도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주로 홍콩의 변화를 연구했지만 뉴욕, 런던, 밴쿠버, 싱가포르 등 세계 다른 주요 도시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믿는다. 고임금 일자리를 가진 싱글 여성 수가 늘어나고, 결혼이 늦어지는 등의 문화적 추세가 홍콩 외의 다른 지역에서도 목격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퓨 리서치는 오늘날 미국 젊은이들이 4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이 됐을 때 25%가 결혼하지 않을 걸로 예측하고 있다. 수십 년 전에는 이 비율이 10% 미만이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2016년 약 70%의 아이들이 미혼모에서 태어났다. 1970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아진 수준이다.
그렇다고 해서 젠트리피케이션의 책임을 전적으로 여성에게로 돌리는 건 옳지 않다. 우리는 홍콩과 그 외의 지역 노동인구서 커지는 여성의 영향력과 성공을 축하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소득이 낮은 특히 미혼모들은 여전히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 (본 칼럼 내용은 Asia Times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본 칼럼은 The Conversation에 먼저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