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아이스톡)

전 세계 엘리트들에겐 자본주의는 개혁하지 않으면 혁명을 겪게 될 것이란 헤지펀드 대부 레이 달리오(Ray Dalio)의 경고가 신선하면서도 도발적으로 들릴지 모른다. 달리오는 4월 5일 불평등의 점진적 확대가 가할 위험에 대해 이렇게 경고했다.

하지만 그보다 5년 정도 앞서 홍콩의 부동산 억만장자 리자청(Li Ka Shing)이 같은 내용으로 경고했다. 즉, 달리오가 한 경고의 뿌리는 2014년 리가 했던 ‘홍콩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Hong Kong)이란 제목의 연설로 거슬러 올라간다.

리는 당시 중국 산터우 대학 연설에서 “부와 기회의 불평등 확대 문제를 방치했다가 그것이 ‘뉴노멀’로 급속히 전환될까 봐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리가 연설한 지 5년이 지난 지금, 미국 정치인들도 불평등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2008년 터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8년 동안 평균 임금이 정체되는 동안 상위 1% 부자들은 더 부유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이런 현상이 특히 더 심해졌다. 그가 추진한 1.5조 달러 규모의 감세는 최상위 부자들의 부를 더 불려줬다.

그러한 감세는 생산성과 평균 생활수준 제고에 필요한 연구/개발 내지 교육 및 훈련 투자에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 그보다 빈부격차만 더 벌려놓을 뿐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심지어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 사이에서조차 사회주의가 인기를 끌고 있다.

달리오가 미국 경제의 궤적과 관련해 가장 크게 걱정하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링크드인에 올린 글에서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그것이 극단으로 치닫으면 자기 파괴적 속성을 띨 수 있고, 모든 것은 진화하지 못하면 죽는다고 믿는다”면서 “현재 자본주의의 상황이 그렇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끔찍한 빈부격차

미국의 불평등 문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는 동안 홍콩은 이미 ‘위험 지대’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홍콩의 지니계수(소득분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수치)는 45년 만에 최고인 0.539까지 치솟았다.

지니계수가 0.5를 넘었다는 건 위험 신호이다. 미국의 지니계수는 0.411이고, 싱가포르의 지니계수는 0.4579이다. 국제적 빈민구호단체인 옥스팜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서 “홍콩의 빈부격차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2014년 6월 리는 “양극화에 대한 분노의 울부짖음과 복지 의존에 필요한 엄청난 비용은 경제 성장을 막고 사회 불만을 일으키는 독성 칵테일”이라면서 “그로 인해 우리 눈앞에서 화합 사회의 초석이 되는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리는 이후 홍콩에서 사실상 ‘금기어’에 해당하는 ‘세금 인상’을 옹호해왔다. 그는 특히 법인세 인상을 주장했다. 늘어난 교육비와 사회안전망 확충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선 정부 세수가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리는 “우리는 젊은이들에게 기회와 희망을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양극화 문제도 홍콩만큼 심각하다. 악시오스(Axios) 뉴스 사이트의 지적대로 미국 내 상위 1% 부자의 소득은 1980년대 이후 세 배로 늘었다. 상위 10%의 소득도 두 배가 뛰었다. 반면, 하위 60%에 해당하는 핵심생산인구의 임금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성장의 모든 혜택을 부자들만 누리는 걸 막기 위해서 부유세를 부과하자는 요구가 나온 이유가 이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둔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에게 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20년 동안 초저금리 상태였던 일본 경제는 여전히 건전성을 되찾지 못했다. 디플레이션 압력이 계속해서 임금 상승을 막았고, 불안한 업황 심리는 기업의 투자를 방해했다. 통화 정책이 경쟁력과 평균 소득을 높여주는 구조 개혁의 효과를 대체할 수는 없는 법이다.

홍콩의 리더들이 미리 리의 조언을 귀담아들었다면 그곳의 불평등 수준이 지금처럼 심각해지지는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달리오가 보내준 암울한 신호처럼 지난 10년 동안 겪은 위기의 피해는 여전히 집계 중이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자본주의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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