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트 씨 2015’(Joint Sea 2015) 해상 합동훈련에 참가한 중국과 러시아군 (사진: 신화통신)

공통된 관심과 적은 과거의 적을 동지로 만들 수 있다. 서태평양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그렇다는 걸 잘 보여준다.

중국과 러시아 해군은 2012년 이후 동해, 오츠크해, 황해, 동중국해, 남중국해서 ‘조인트 씨’(Joint Sea) 해상 합동훈련을 실시해왔다. 양국 해군은 또한 러시아군이 ‘해적 납포선 구출 훈련’이라고 밝힌, 대공 및 대잠 방어 훈련도 같이 해왔다.

하지만 양국이 이런 훈련을 실시하는 진짜 이유는 지정학적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템플 대학교 일본 캠퍼스의 제임스 브라운 교수는 3월 ‘해양상황인지프로젝트’ 분석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는 모두 미국과의 긴장으로 공조하게 됐고, 양국의 해상 훈련은 미국의 압박에 맞선 합동 대응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조치이다”고 말했다.

양국의 훈련은 또한 미국의 우방인 일본을 겨냥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면서 이 지역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 해군의 협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러시아가 중국이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동중국해에서 중국 편을 들어주면서 이 지역 긴장 수위는 한층 높아졌다.

2016년 9월 12일 러시아 해군함정이 광둥성 남서쪽 잔장 항구에 도착하자 중국 인민해방군(PLA)이 환영행사를 열고 있다. (사진: 신화통신)

브라운 교수에 따르면 2016년 6월 러시아 구축함 1척을 포함함 배 3척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 해역에 진입했다. 센카쿠열도는 동중국해상에 위치한 8개 무인도로, 현재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지만 중국, 일본, 대만이 각자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곳이다. 그러자 곧장 중국 구축함도 센카쿠열도 해역에 들어와 러시아 배들과 조우했다.

중국 해군 함정이 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에 그토록 근접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이것은 중국이 일본에게 보내는 “중국과 러시아는 우방이며, 일본은 적이다”는 명백한 메시지이다.

전문가들은 쿠릴 열도로 불리는 홋카이도 북부 섬들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일본이 벌이고 있는 영유권 분쟁에서도 중국과 러시아가 공조해 일본에 맞서고 있다고 보고 있다. 쿠릴 열도는 러시아 동부 사할린 주에 속한 열도로, 캄차카 반도와 일본의 홋카이도 사이에 56개의 섬과 바위섬들이 분포하고 있는 곳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가 실효 지배 중이지만, 일본은 이곳을 자국의 ‘북방영토’(Northern Territories)라고 부르고 있다.

브라운 교수가 인용한 러시아군 문서를 보면, 중국과 러시아는 매년 10~25척의 다양한 군함들과 헬리콥터와 폭격기를 동원해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사실 양국이 바다에서만 합동 훈련을 하는 건 아니다. 지난해 9월, 러시아는 군인 30만 명, 군용차량 3만6,000대, 군함 80척, 항공기와 헬리콥터와 드론 1,000기가 참가한 사상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2018년 9월 13일 추골 훈련장에서 실시된 군사훈련 (사진: AFP)

보스토크 2018(Vostok 2018)로 명명된 이 군사훈련에는 중국군 3,500명과 함께 이보다 숫자는 적지만 몽골군도 참가했다. 중국이 이처럼 대규모로 열린 러시아 지상군 훈련에 참가한 건 처음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 블라디보스토크 경제 포럼을 주최한 뒤 보스토크 2018 훈련을 참관했다. 지난해에는 ‘조인트 씨’ 훈련이 열리지 않았지만, 보스토크 2018만으로도 러시아와 중국의 힘을 과시하기에 충분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태평양 함대의 군사력은 급격히 쇠퇴했다. 디젤-전기 잠수함뿐만 아니라 핵잠수함, 폭격기, 순양함용 여분 부품이 부족했고, 정비관리도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러시아가 과거 소련의 잔재에서 벗어나면서 태평양 함대 사령부가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에 탄도 미사일 잠수함과 대형 순양함 등 새로운 부대를 이미 배치했고, 앞으로도 배치를 계속할 예정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 이슈 외에도 태평양 지역 내 수많은 전략적 이슈와 관련해 공통된 이해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 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에 대한 다양한 대외정책을 연구하는 싱크탱크인 아시아정책연구소(National Bureau of Asian Research)에 기고한 글에서 엘리자베스 위시니크 연구원은 “북한의 핵 위기가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전례가 없는 협업을 촉발했다”면서 “양국은 또한 위기 대처를 위한 다수의 군사훈련에 같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2017년 7월 11일 미국 알래스카 주 남부 도시인 코디액에서 시험 발사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미사일 (사진: 미국 미사일 방어국이 로이터를 통해 배포)

특히 중국과 러시아는 모두 한반도 사드 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은 사드가 북한이 아닌 자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믿는다. 사드 탐지 범위 밖에 있는 러시아는 사드로부터 직접적인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위시니크 연구원은 “양국은 아시아 지역 내 미군의 존재감을 강화하는 조치에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국의 관계가 늘 좋았던 건 아니다. 1960년대와 70년대 중국은 러시아 국경 지역인 아무르강 강둑에 대형 스피커를 세워놓고 하루 종일 비방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러시아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배신했다는 게 이유였다.

1969년 3월에는 소련 국경인 아무르강과 지류인 우스리강 유역 영유권을 놓고 양국이 국경 분쟁을 벌이기도 했다. 1991년이 돼서야 비로소 양국은 영토분쟁 해결을 위한 국경 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극동지역 내에서 중국인들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러시아 주민들의 반발을 사는 등 양국 간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 2016년 9월 14일 열린 ‘조인트 씨’ 군사훈련에 참가한 중국과 러시아군 (사진: 트위터)

보스토크 2018 훈련 때 중국이 러시아 해군의 작전 수행능력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정찰선을 보낸 게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2012년에는 중국 해빙선 쉐룽호(Xuelong)거 오호츠크 해에 들어갔고, 다음 해에는 중국 군함 5척이 동해에서 열린 조인트 씨 훈련에 참가한 후 오호츠크 해로 항해했다. 중국 해군 군함이 오호츠크 해로 들어간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렇지만 이런저런 갈등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바다에서 ‘전우’가 되어 가고 있는 건 분명하다. 미국과 일본을 힘을 합쳐 대적해야 할 ‘공동의 적’으로 간주하는 한 양국의 이런 ‘전우’ 관계가 깨질 가능성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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