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 달러가 넘는다. 즉, 세계 최대 돼지저금통을 가진 셈이다. (사진: 아이스톡)

특이한 일이다. 경제 규모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데도 불구하고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내에서 개받도상국(이하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길 거부하고 있다.

2001년 WTO 가입 이후 중국은 제조업과 수출 강국으로 부상했다. 지난 5년 동안에는 초고속 5G와 인공지능 연구 등 최첨단 분야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고, 3조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가 들어간 세계 최대 돼지저금통을 갖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첨단 수송망을 갖췄고, 우주 굴기(宇宙崛起)를 다짐하고 있으며, 초고속 철도망을 구축했다. 그런데도 중국은 WTO 내에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주 언론 브리핑에서 “WTO의 특별우대조치 원칙은 다양한 무역 시스템을 포용해주기 위한 것이다”라면서 “회원국 각자가 자국의 경제 및 무역 정책을 선택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런 주장에 이의를 제기할 게 분명하다. 개도국으로 분류되는 WTO 전체 회원국은 3분의 2 정도로, 농업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고, 선진국 대비 높은 시장진입 장벽을 설정할 수도 있는 등의 혜택을 누린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처럼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이 개도국 혜택을 받는 데 대해 불만을 드러내 왔다. 미국은 특히 중국이 국영은행을 동원해서 국영 부문에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식으로 WTO 규정을 피해가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비난해왔다. 또 중국 정부가 중요 산업을 별도로 보호하고, 온라인 세계에 만리장성을 쌓아놓은 채 WTO 협정을 자국에 유리하게 이용해왔다고도 주장했다.

중국의 이런 소위 ‘농간’에 불만을 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가오 대변인은 “WTO 개혁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아주 분명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개도국이다. 우리는 우리의 기본권을 확고히 지키기 위해 다른 개도국들과 손을 맞잡을 것이다”고 말했다.

미국과 경제 냉전에 돌입하고, 유로존으로 압박을 받자 중국은 외국기업들에게 추가 개방 분야를 늘리겠다고 재차 약속했지만, EU는 중국이 ‘구체적 개혁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약속 피로’(promise fatigue)를 느낀다고까지 했다.

EU의 한 외교관은 “EU 내에서는 중국이 WTO에서 우리와 협력할 뜻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구체적 조치를 취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중국에게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면서 “중국에게 EU는 파트너이자 경쟁자이며, 몇 가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중국은 더 서둘러 기존에 했던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에게 집요하게 시장 개방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계속해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폭넓게 유지하고 있다.

융커 위원장은 지난해 중국-EU 연례 정상회담이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원한다면 개방할 수 있다”면서 “중국은 개방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중국-EU 정상회담 참석차 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 도착한 리커창 중국 총리는 이 문제와 관련한 질문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명심할 점은, 가오 대변인이 이미 질문에 대답했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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