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로부터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집행위원회 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3월26일 시 주석의 프랑스 방문 중 열린 기자회견 장면. (사진: AFP)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번 주에 열리는 제21차 중-EU 정상회의를 통해 유럽과 중국의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지난 1998년 이후 중국의 부상으로 유럽과 중국 간 관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이런 변화로 유럽의 지도자들은 해묵은 유럽 기업의 중국 진출 문제뿐 아니라 유럽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지난 3월 유럽 4대 강국 중 하나이자 주요 7개국(G7) 회원인 이탈리아의 중국 일대일로 사업 참여 발표는 이런 우려를 더욱 고조시켰다.

중국 지도자들은 EU와의 정상회의가 끝난 후 크로아티아의 유서 깊은 해안 도시 두브로브니크에서 서유럽 유럽연합(EU) 회원국을 동반하지 않고 16개 중유럽과 동유럽 대표를 만날 예정이다.

런던대학교의 중국 관련 연구소 이사인 스티브 창 교수는 ”EU의 공식 정책자료는 중국을 “체제 도전” 국으로 묘사하고 있다“며 ”EU는 중국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무역 균형

EU는 중국의 최대 교역 상대다. 중국은 EU의 두 번째로 큰 교역 상대국이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에 따르면 최근 EU와 중국의 교역 규모는 하루 10억 유로를 넘어섰다.

지난 2017년 중국의 대EU 수출이 EU의 대중국 수출 규모를 넘어서 EU는 208억 유로의 대중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214억 유로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대중무역적자 확대에 대한 유럽 지도자들의 우려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 장수성 리안윤강의 항만에 적재된 수출용 컨테이너. (사진: AFP)

벨기에 브뤼셀 소재 유럽대학교(College of Europe)의 연구원인 던컨 프리먼 박사는 ”유럽의 일반적인 견해는 유럽 기업과 EU 회원국들이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에서 중극측 만큼 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中 투명성 높이고 보호무역주의 탈피해야

유럽은 중국의 통상정책에 대해 비판적이다. 투명성을 높이고 보호무역주의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런던대학이 창 교수는 ”중국은 핵심 인프라 건설 사업에서 유럽 기업의 참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첨단산업에서 EU 기업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지적재산권을 중국 기업에 양도해야 한다. 반면에 화웨이는 유럽에서 5G 이동통신망 구축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유럽 기업들은 입찰에도 나설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최근 외국 기업의 중국 진출 규제를 완화한 외국인투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지적재산권 양도나 기술이전 등 핵심적인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주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터스크 EU 정상회의 삼임의장과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중국 측 대표 리커창 총리와 왕이 외교부장에게 중국 시장에 대한 유럽 기업의 진출 기회를 확대하고 비관세 장벽도 완화할 것을 요구할 전망이다.

EU 측이 작성한 정상 선언문은 다음 정상회의가 열리는 2020년 4월까지 유럽 기업의 중국 진출 확대를 위한 규제 철폐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정상 선언문 채택은 중국의 동의 여부에 달려있다.

외교와 안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싱크탱크로 평가 받는 영국 채텀하우스의 중국인 연구원 유지에 박사는 ”중국은 개혁과 외국 기업의 시장 접근, 지적재산권 보호를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유럽 측에서는 중국이 몇 년간 이런 얘기를 했지만 실제로 이행된 게 없다는 지적과 함께 중국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일대일로

유럽과 달리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유럽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리스는 지난 2008년 중국 국영 해운업체 COSCO(China Ocean Shipping Company)에 피라에우스항의 컨테이너 터미널을 35년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COSCO는 2016년 이 터미널의 지배주주이자 주요 운영자가 됐다.

피라에우스는 2008년 이후 번성하기 시작해 지난해 지중해에서 두 번쨰로 큰 항구가 됐다.

올해 3월에는 이탈리아가 중국과 일대일로 사업 참여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탈리아는 아드리아해 연안 트리에스테항 기반 시설 개발사업자로 중국의 CCCC(China Communications Construction Company)를 선정했다.

트리에스테는 역사적으로 바다를 통해 중유럽과 동유럽으로 진출할 때 거쳐야 하는 관문이었다.

이탈리아 아드리아해 연안의 트리에스테항 (사진: AFP)

리커창 총리는 EU 정상회의가 끝난 후 크로아티아 남부 두브로브니크에서 개최되는 중국과 중·동유럽(CEEC) 16개 국가의 정기 협의체 ’16+1′ 정상회의에 참석해 이들 국가와 일대일로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16개국 중 11개국은 EU 회원국이고 5개국은 비회원국이다. 16+1의 1이 바로 중국이다.

EU의 분열?

프리먼 박사는 서유럽에서는 ‘16+1’ 정상회의에 대한 비판 여론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중국이 동유럽 국가와 직거래에 나서면서 서유럽의 정책적 결정에 동의하지 않도록 유도해 유럽을 분열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사업 참여도 유사한 비판에 직면했다.

이런 우려를 의식해 중국의 왕차오 외교부부장은 유럽으로 출발하기 직전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은 유럽을 분열시킬 의도도, 능력도 없다“고 말했다. ‘16+1’정상회의에 대해서는 ”평등하고 호혜적인 협력에 기반을 둔“ 기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발언으로 서유럽의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일각에서는 헝가리나 폴란드 등 EU와 사이가 벌어진 나라가 중국이 영향력을 이용해 자국의 이익을 도모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규정과 결과

유럽도 지난해 9월 중국의 일대일로와 유사한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EU Connectivity)를 발표했다. 일대일로처럼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운송과 에너지, 인적 자원, 디지털 네트워크를 포함하고 있다.

유지에 박사는 ”EU는 중국에 일대일로와 EU의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를 연결할 것인지 물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연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EU는 우선 관련 법과 규정을 만들기 위해 씨름해야 하지만 중국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만 애를 쓰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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