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일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AFP)

일본이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짊어진 채 일왕  양위로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됐다.

아키히토 일왕이 노환과 건강상의 이유로 퇴임함에 따라 5월 1일부터 나루히토 황태자가 왕으로서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일본의 새 연호도 ‘헤이세이'(平成)에서 질서, 평화, 조화의 의미를 가진 ‘레이와'(令和)로 바뀐다. ‘헤이세이’는 30년 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나 향후 일본 경제 상황은 새 연호에 어울리는 분위기와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 1989년 1월부터 시작된 헤이세이 시대의 수많은 불균형이 계속해서 레이와 시대를 괴롭힐 것이다.

이런 비관적 전망은 1일 나온 일본은행(BOJ)의 대형 제조업체 체감경기 조사 결과로도 뒷받침된다. BOJ는 3월 일본 대형 제조업체들의 업황판단지수(DI)인 단칸 지수가 지난분기(19)에 비해 7포인트 하락한 12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지수가 악화된 건 2분기만으로, 하락폭은 2012년 12월(9포인트 악화)이래 가장 컸다.전 세계적인 수요 약화와 내수 부진이 맞물린 탓이다.

일본 경제는 침체에 빠지기 일보직전이다. 이 같은 사실은 일본 정부가 2012년 이후 추진한 개혁이 경제구조를 탈바꿈시켰다는 ‘아베노믹스’ 낙관론자들에게 충격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역사적 전례가 없는 수준의 고강도 통화완화 정책은 수출 확대와 기업 이익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이로 인해 생긴 경기 회복 기대감은 2020년 도쿄 올림픽 건설 붐을 통해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아베노믹스가 진짜 이뤄내야 했던 ‘탈규제 혁명’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기업 지배구조 강화 등 일부 단편적인 개혁은 추진됐다. 또한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조치도 취해졌다.

그렇지만 경쟁력을 높이고, 혁신을 장려하고, 여성 권리 신장을 위한 대담한 개혁 성과는 미진했다. 따라서 임금은 제자리 걸음을 했고, 중국이 아닌 일본이 미중 무역전쟁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1일 나온 단칸 조사 결과가 이 주장이 옳다는 걸 증명해준다.

그렇다면 이제 BOJ는 무엇을 할 것인가?

BOJ는 손발이 묶였다. 6개월 전만 해도 아베노믹스 지지자들은 초완화적 통화정책의 점진적 축소, 즉 테이퍼링(tapering)에 베팅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돌변해, BOJ가 경제에 새로운 유동성을 투입할 시기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점을 감안했을 때 BOJ가 얼마만큼의 유동성을 투입할지가 논쟁의 중심 주제이다.

지난 6년 동안 일본 기업들의 이익이 늘어날 수 있었던 데는 엔화 가치가 30% 하락한 영향이 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에게 기준금리 인하 압력을 가할 경우 조만간 엔화 가치 속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단칸 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 최고경영자들(CEOs)은 4월 1일부터 시작한 2019/20년 회계연도 중 현재 달러당 111엔에 거래되고 있는 엔화 가치가 최대 108.87엔까지 절상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환율 전쟁에 나설 경우 엔화 가치가 더 크게 상승할 수 있다.

일본 증시의 닛케이 지수가 연간으로 50% 속등했던 2013년 때도 일본 기업들이 임금 인상에 주저했다는 점을 감안해봤을 때 올해 같은 시기에 기업들이 임금 인상에 나서리라고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일본 정부가 계획대로 현재 8%인 소비세를 10%로 올릴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일본은 부채를 줄이려고 세금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일본 경제에 부는 역풍이 커지면서 일본은 차입을 오히려 더 늘려야 할 판이다.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2,5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수입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시대가 열려도 전 시대에 불던 역풍은 당분간 아베 경제팀을 괴롭힐 것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봤을 때 질서, 평화, 조화를 기대하기 힘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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