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AFP)

미국 증시의 방향성이 아직 모호한 가운데, 방향이 정해진다면 상승보다 하락으로 기울 전망이다.

기업 수익성 저하와 지난해 12월 소매판매와 소비지출 감소, 빈사 상태인 주택시장, 자동차 판매 부진, 설비투자 부진, 자본재 주문 감소와 세계 교역 감소 등 주요 지표는 부진 일색이다.

신용 측면에서 보면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지난 10년간 투자자들은 매우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유동성 랠리로 이어진다는 것을 배웠다. 금리가 매우 낮아 주식 외에 다른 투자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투자자들이 증시에 대해 우려할 만한 이유가 충분하고 버블이 꺼지고 있다.

유럽 증시는 경기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이 대출 재원을 늘리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후 반등했으나, 상승세는 30분 정도 지속하는 데 그쳤다. 이런 ECB의 통화정책적 대응이 신선하지 않았고 투자자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의 수요 증가를 견인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의 소비와 중국 경제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 큰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는 통념과 달리 중국 경제는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구조개혁 정책의 조합으로 6%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증시가 다른 나라 증시를 압도하는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중국이 위험 요인이라는 통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반면에 세계 경제의 성장을 이끄는 다른 축인 미국의 소비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필자가 이미 지적한 대로 미국의 고용은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 대부분은 저임금 일자리다. 시간당 명목임금은 연율 3% 수준의 안정적인 상승률을 보이고 있으나, 기저가 낮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소비자들은 소비보다 저축에 치중해 저축률이 2016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인 7.6%로 상승했다.

미국의 소비 예측은 늘 이코노미스트에게 큰 부담이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도 예상을 깨고 급감했다. 다만 미국 소비에 대한 분명한 사실 몇 가지가 있다.

1) 소매판매와 신용카드 사용액 사이의 상관관계가 커지고 있다. 2) 미국 은행은 종전보다 대출 연장에 소극적이고, 신용카드 금리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3) 가계지출은 생필품 가격 변동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미국의 신용카드 금리는 평균 17%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5년의 16.25% 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기업대출 우대금리는 1995년 9% 였으나, 현재는 5.5% 수준이다. 금융기관들이 안전한 기업대출을 선호하고 소비자 신용은 억제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소매판매와 신용카드 사용액의 상관관계는 금융위기 이후 가계의 채무조정이 이루어지면서 약화됐으나, 최근 몇 년간 다시 빠른 속도로 강화됐다.

아래 차트는 미국 가계의 지출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유가가 상승하자 휘발유와 자동차 관련 지출을 제외한 다른 지출이 감소했다.

지난해 유가가 회복세를 보이자 연말에 소매판매가 감소했다. 소매판매가 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미국 가계의 재무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가계가 채무를 기피하거나 감당할 수 없다는 뜻이다.

미국 소비자의 이런 변화는 세계 경제의 큰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미국 소비자는 세계 경제의 주요 수요처였고, 미국이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경제 성장을 구가할 때 무역적자도 증가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으킨 무역분쟁은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여 교역과 설비투자를 위축시켰다. 미국의 소비 부진은 교역을 더욱 위축시키면서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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