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이 재개됐지만 미국의 외교 정책 전문가들은 미중 양국이 무역에서만 입장차를 보이는 게 아님을 분명히 상기시켰다.
트럼프 행정부 전직 관료와 자문관들이 25일(현지시간) 모여 ‘현존위험 대책위원회: 중국’(Committee on the Present Danger: China, 이하 CPD)을 출범시킨 뒤, 현 정부의 실정으로 인해 중국으로부터 가해지는 ‘존재론적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 미국이 강경한 외교 정책을 써줄 것을 촉구했다.
소련 몰락 전 미국 내 공산주의 확산을 막겠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가 해체되기를 두 차례 반복했던 위원회의 이름을 따서 만든 CPD의 참가 인사들은 “중국과 무역협상이 타결되더라도 미국은 여전히 그들 손에 의해 상처를 입은 세계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중국을 겨냥한 작심 발언의 배경에는 군사적 팽창 속도 대비 경제적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더 급격히 커지고 있는 중국의 모습이 냉전시대 소련의 모습과 유사하다는 미국 정치권 내 공감대가 자리 잡고 있는 걸로 보인다.

CPD는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40년 전, 우리를 파괴하려고 했던 전체주의 공산주의 정부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물리칠 수 있게 도와준 또 다른 위원회가 있었다. 오늘 우리의 출범 목적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시대에 중국이 가하는 위험에 대해서도 당시와 똑같이 할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해서다”고 발표했다.
이날 위원회 출범식 행사 분위기는 미국이 ‘냉전시대 사고방식’(Cold War Mentality)에 사로잡혔다는 중국의 주장에 개연성이 있을 수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위원회의 부위원장을 맡은 프랭크 개프니(Frank Gaffney) 안보정책센터(Center for Security Policy) 소장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차이는 궁극적으로 잔혹하게 전체주의적인 방식으로 통치하는 중국 공산정권의 성격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선 중국이 오히려 이런 식의 과격한 표현을 반길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중국이 미국이 과거에 얽매인 정책을 고수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위해 애써왔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국방부는 지난주까지도 미국 국방부가 ‘냉전시대 사고방식’에 갇혀있다고 비난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우치엔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이 냉전시대 사고방식을 버리고, 중국의 국방과 군사력 강화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보고, 허위 발언을 중단하고, 양국과 양국군의 건전하고 안정적인 관계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해 처음으로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는 등 중국에 대한 경계 신호를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중국 군사현대화 전문가인 엘사 카니아 신(新)미국안보센터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한 논문에서 미국은 중국 억제 수단으로 냉전적 처방을 버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 전략은 기껏 중국 선전기관의 조롱거리가 될 뿐이다”며 “그보다 미국은 중국의 ‘국가 부흥’ 야심이 복잡함이나 중요성 면에서 냉전시대 때보다 훨씬 이루기 힘든 도전이 될 것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주로 중국의 경제 부흥과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고, 그것을 억제하는 데 주력하는 냉전시대 사고방식으로 돌아갈 경우 중국 중심의 세계 질서 출현 속도만 빨라질 뿐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워싱턴 정가에서 금주 출범한 새 위원회의 주장이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카니아 연구원이 예상한 결과를 피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