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영화감독 아쉬가르 파라디(Asghar Farhadi)의 작품 '별거'(2011년 작)의 한 장면. (Dreamlab Films)

지난 1979년 일어난 이란 혁명은 이란 국민들 삶의 거의 모든 면에 영향을 미쳤다. 샤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Shah Mohammad Reza Pahlavi) 왕조 붕괴 직후 혁명 법원, 이슬람 혁명 수비대, 문화 혁명 최고 위원회 등 새로운 신권정치를 주도할 기구들이 세워졌다.

이란의 영화 산업도 혁명의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 팔레비 왕조 시대에 영화에 출연했던 많은 배우가 이슬람 강경파의 박해를 피해 해외로 도피했다. 검열은 성행했고, 혁명 초기 제작된 영화들은 성적 내용과 정치적 의미를 제거하기 위해 애썼다. 정부는 이란 관객에 미칠 서양 문화의 영향을 막으려고 발 벗고 나섰고, 그 결과 영화관에서 할리우드 영화를 상영하던 전통은 사라지고, 대신에 이란 영화가 주로 상영됐다. 이란 영화들도 개봉 전에 엄격한 검열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혹은 이러한 제약 덕분에) 이란 영화는 혁명 이후 큰 발전을 이루면서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세계적인 명성을 쌓고 있는 이란 영화

영화광이라면 이란 영화감독 아쉬가르 파라디(Asghar Farhadi)의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파라디 감독은 ‘별거’와 ‘세일즈맨'(2016년 작)으로 2012년과 2017년에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골든 글로브상도 세 차례 받았다.

2012년 2월 28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서점 밖 가판대에 진열되어 있는 신문들. 대다수 신문들은 파라디 감독이 ‘별거’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는 기사를 1면 기사로 다루고 있다. (사진, AFP)

파라디 감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90일 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데 항의하기 위해 2017년 오스카 시상식 참가를 거부했다. 하지만 략산 바니 에테마드(Rakhshan Bani Etemad), 바흐람 베이자이(Bahram Beyzai), 푸란 데라크샨데(Pouran Derakhshandeh), 압바스 키아로스타미(Abbas Kiarostami) 등 다른 많은 이란 영화감독들이 수상식에서 그의 빈자리를 메워줬다.

혁명 이후 제작된 이란 영화 대부분은 아역 주인공, 가족 갈등에 휘말린 부부, 딜레마에 빠진 젊은이, 큰 야망을 품은 일반 시민, 가부장적 사회에서 억압받는 여성을 그린 멜로드라마였다. 컴퓨터 그래픽 등 특수 효과가 들어간 영화를 찾아보기는 힘들고, 주로 탄탄한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열연 덕에 좋은 영화가 탄생한다.

국제 영화제 심사위원 등 전 세계 관객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를 제외하면 많은 이란 영화가 1980년대 일어난 이란-이라크 전쟁을 다루고 있다. 이런 영화들 대부분은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이란을 공격했을 때 맞서 싸운 이란 주인공의 영웅적 저항과 이란 국민들이 겪은 고통과 시련을 보여준다.

창조적 혁신과 발전

일부 문화평론가와 해설자들은 정부의 검열이 이란 영화계를 권위주의 통치의 그늘 아래서 인간의 가치와 삶을 묘사하는 혁신적 산업으로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유럽과 미국 영화의 공개 상영을 금지함으로써 경쟁작이 없어진 점이 이란 영화 산업 발전에 힘을 실어줬다고 보는 사람도 많다.

저명한 이란 학자인 새투라지 다야이(Touraj Daryaee)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Asia Times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영화 제작자들이 직면한 제약이 오히려 그들에게 그런 제약을 받지 않는 다른 나라 영화 문화에서 찾기 힘든 수준의 창조성과 혁신을 낳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가끔 그런 제한은 평범하게 설명할 수 있는 문제를 창의적이고 기발하게 이야기하게 만든다”며 “제약 속에서 이란 영화 제작자들은 자신만의 독창적 시각으로 중요한 문제들을 다루면서 영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고 덧붙였다.

마흐무드 사드리(Mahmoud Sadri) 텍사스 여자대학 사회학과 교수도 정부 검열이 오히려 이란 영화들이 발전하고 세계적인 명성을 얻을 수 있게 도왔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그는 “억압과 검열 속에서 예술이 번창한다는 옛 격언이 이런 현상과 무관치 않다”며 “그렇다는 사실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19세기 소련의 억압 속에서 러시아 문학이 꽃을 피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영화는 어린이 같은 순수함, 평화로운 분위기, 윤리적 가치, 시골의 아름다움을 묘사한다는 점에서 인도주의적 성격이 짙다. 또한 이란 문명의 미묘한 뉘앙스를 친숙하고 공감 가게 풀어낸다. 일부 이란 영화에서 폭력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지만 대부분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그들이 겪고 이겨내는 도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또한 시끄럽고 불공평한 세상 속에서 평화와 완벽함을 추구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이란의 영화 제작자들은 해외에 평화와 우호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최고의 민간사절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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