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여성 사회운동가들이 파키스탄 동북부에 있는 도시 라호르에서 행진하고 있다. (사진 AFP)

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파키스탄 여성들 사이에서 성 불평등, 성폭력, 열악한 보건 서비스 등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열린 행진에 참가한 여성 사회운동가들은 특히 세계경제포럼(WEF)이 경제 활동 참여 기회, 교육 성취, 건강과 정치적 권한 등을 종합 평가해서 발표하는 ‘성격차지수’(Gender Gap Index)에서 파키스탄이 아래에서 2번째로 순위가 낮았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며 정부에 여성 문제의 시정과 개선을 요구했다.

행진을 주도한 변호사이자 인권운동가인 슈마일라 사하니는 “우리는 여성이 국가 정책의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이번 행진을 통해 정부가 우리 문제를 우선 과제로 삼지 않는다면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려고 한다”며 “파키스탄의 인구 절반은 여성이며, 여성 문제도 남성 문제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파키스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여성 문제들로는 정부의 인구 통제, 아동 결혼, 교육 기회 박탈, 명예살인(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가족 구성원을 죽이는 관습) 등이 있다.

열악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소녀들 중 약 64%가 18세 이전에 결혼하고 있다. 파키스탄 인권위원회(Human Rights Commission of Pakistan)에 따르면 2017년 6월부터 2018년 6월 사이 총 737건의 명예살인이 보고되었다.

또한 마다드가르 내셔널 헬프라인(Madadgaar National Helpline) 조사에 따르면 파키스탄 여성들의 70%가 배우자로부터 신체적 내지 성적 폭력을 겪었고, 93%는 공공장소에서 성폭력을 경험했다.

낮은 교육 수준이 이런 관행을 막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파키스탄 여성 비율이 48%밖에 안 되는 걸로 추산되고 있다. 70%에 달하는 남성 식자율에 비해서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사하니는 여성들을 법적으로 도와줘야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여성들을 폭력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이미 통과된 법들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파키스탄에선 2011년 반여성관행 방지법, 2016년에 폭력행위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법, 그리고 2017년에 여성 보호 권한법 등이 통과됐다. 2016년과 2017년 법은 파키스탄 동부에 위치한 펀자브 주에서 통과됐다.

가부장제 옹호자들과의 충돌

‘더 네이션’(The Nation)지의 편집자인 알비나 자둔은 파키스탄 정부는 어떤 정당에도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성 인권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주류 체제에 실망한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SNS에 모여 가부장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것이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행진 이후부터 SNS에선 세계 여성의 날 행진에 대한 반발도 강해지고 있다. 비난은 대부분 행진 참가자들이 들고 다닌 현수막에 집중됐다. 현수막 내용이 너무 도발적이라는 것이다. 작년 행진 때 현수막에 적혀있던 “네가 먹을 음식은 네가 데워먹어”라는 요구는 남성들로부터 특히 많은 비난을 받았다.

시르카트 가 여성자원센터(Shirkat Gah Women’s Resource Center)의 여성 인권운동가 겸 소셜미디어 전략가인 테레엠 아젬은 “그런 비난을 받은 이유는, 그것이 사회 속에 뿌리내리고 있는 ‘여성혐오증과 충돌했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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