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워싱턴 이코노믹 클럽 주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AFP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0일(현지 시간) 발표한 의사록은 당분간 기준금리 인하는 물론 양적완화 축소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연준의 의중을 드러냈다.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에 나서면서 4조 달러의 미 국채와 MBS(mortgage-backed securities)를 매입했다. 연준이 지난해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면서 보유 자산을 점차 줄여나가자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특히 지난해 12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연준의 지속적인 대차대조표 축소를 선언하자 시장은 더 큰 패닉에 빠졌다. 그러자 연준이 방향을 틀었다.

연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은 “거의 모든 위원이 올해 말 보유 자산축소 정책 종료 계획을 너무 멀지 않은 시점에(조기에) 발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의사록은 또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도 “인내심을 보일 것(patient)”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연준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의사록 공개 이후 채권시장은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한 후 내년 소폭의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준의 필립스 곡선 모델은 낮은 실업률은 높은 임금과 그에 따른 물가 상승을 유발해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기대 인플레이션 전망을 보면 오히려 디플레이션 위험이 크다.

미국의 고용은 호조세지만, 고용의 질은 저하되고 있다. 이를 반영해 부동산 시장 같은 중요한 자산 시장에서 이미 가격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매수자와 렌트 수요자가 고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지출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고 최고 수준의 신용등급을 보유한 일부 미국인을 제외하면 돈을 빌리기도 어렵다.

지난해 유가가 하락했을 때 우려할 만한 일이 발생했다. 서부 텍사스 중질유 기준으로 유가가 배럴당 50 달러 중반에서 거래될 때 기대 인플레이션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물가연동 국채와 일반 국채 사이의 수익률 격차를 뜻하는 브레이크이븐 인플레이션(breakeven inflation)이 1.9%에서 1.7%로 하락했다는 얘기다. 브레이크이븐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면 채권시장의 물가 전망이 하락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뜻이다.

약간의 유가 변동만으로도 기대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것은 좋은 징조가 아니다. 연준은 물가가 2% 수준의 상승률을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주식시장도 지난해 9월 이후 기대 인플레이션을 추종해 왔다. 디플레이션은 증시에 부정적이라는 측면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디플레이션은 기업의 가격 결정력을 약화시켜 수익성 저하를 불러온다. 지난 연말 S&P500 지수가 하락했을 때 기대 인플레이션도 하락했다. 올해 1월에 증시가 반등했을 때 기대 인플레이션도 상승했으나, 낮은 수준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이는 다수의 미국 경제주체들이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던 시절의 긴축으로 되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12월 증시뿐 아니라 투기등급 채권시장도 무너졌다. 하이일드 채권 발행 규모는 10억 달러 밑으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투자와 함께 소비도 감소하고 있다. 12월 소매판매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연준의 의사록 공개 전후에 증시는 조용했다. 이는 연준이 시장을 살리기 위해 할 일을 다했다는 것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증시를 살리기 위한 조치도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상장기업의 수익성이 올해 후반에 개선될 것이라는 월가의 전망에 회의적이고, 계속해서 주식보다 양질의 채권 투자를 선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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