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태평양 지역에 실전 배치하려는 핵 장착 수중드론의 위협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 AFP/러시아 국방부

러시아 해군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수중드론 ‘포세이돈’의 태평양 배치 준비를 끝냈다고 최근 러시아 관영 언론이 보도했다.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가 악화돼 이 신무기의 주요 타깃은 미국이다. 다만 포세이돈이 서태평양 등에 주둔 중인 미군에게 실제로 상당한 ‘비대칭적 위협’을 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작년 3월에 포세이돈 배치 계획을 공개했다. 이 무인 수중드론은 2메가톤급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고, 적 항공모함과 인프라 시설 파괴 능력을 갖췄다. 또한 매우 빠른 속도로 항해가 가능하고, 최대 1,000미터 깊이까지 잠수할 수 있어 탐지가 매우 어렵다.

러시아 타스(Tass) 통신에 따르면 포세이돈은 현재 잠수 실험을 하고 있으며, 포세이돈을 실은 잠수함 두 대가 북방 함대에, 다른 두 대는 태평양 함대에 각각 배치될 예정이다. 잠수함 한 대당 최대 8기의 포세이돈을 실을 수 있다.

전략적 의미

모스크바에 소재한 프리마코프 세계경제 및 국제관계 연구소(Primakov Institute of World Economy and International Relations)의 알렉산더 사벨예프(Alexander Savelyev) 선임 연구원은 포세이돈의 전략적 영향력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아시아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선제 타격 시스템은 아니다”며 “지휘소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 등처럼 부수기 힘든 전략적 인프라 파괴 능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냉전이 끝날 무렵 미국과의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협상에 소련 대표로 참석한 바 있는 그는 “최악의 경우 러시아는 ICBM, 잠수함, 장거리 전략폭격기 등 기존의 전략적 무기를 동원해서 자국을 공격하려는 나라에 수백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수십 기의 핵탄두 공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러시아의 반격 능력에 포세이돈이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러시아가 핵탄두를 장착한 포세이돈 드론을 이용해 적의 항공모함을 선제공격할 경우 핵전쟁이 발발할 것으로 경고했다. 그는 그러한 충돌이 일어난다면 전쟁 당사국들뿐만 아니라 전 지구가 완전히 멸망하게 되는 “끔찍한” 결과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일 골드스타인(Lyle Goldstein) 미국 해군대(US Naval War College) 교수도 똑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는 “포세이돈은 미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그들의 다른 우방국들에게 상당한 위협을 가하겠지만, 그것이 갖는 전략적 중요성을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미검증 시스템

골드스타인 교수는 포세이돈이 미국이나 미국의 우방국들이 진지하게 검증해볼 수 있을 만큼의 성능 테스트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성능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무기를 다루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핵무기로 무장한 드론 운용에는 분명한 위험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가 계획과 말 이상으로 넘어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수중 드론과 같은 ‘종말을 초래할 무기’는 다른 유사 성격의 무기, 예를 들어 핵미사일을 포함한 미국의 강력한 잠수함 발사 미사일들 등에 의해 쉽게 억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 7함대에 대한 어떤 중대한 행동도 태평양에서의 러시아 함대와 시설의 완전한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골드스타인 교수는 포세이돈의 배치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는 미국의 방대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언급하며 “포세이돈도 미사일 방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알렉세이 무라비예프(Alexey Muraviev) 페르스 커틴대학 국가안보전략학과 부교수는 포세이돈의 성능과 그것이 가질 수 있는 전략적 가치에 대해 다소 다른 견해를 보였다. 그는 “포세이돈의 타격 시스템은 해군기지와 항공모함 전투군 등 주요 해안 목표를 공격 용도로 개발됐다”며 “일단 100% 운용되면 미국의 태평양 연안뿐만 아니라 7함대와 3함대의 주요 기지와 자산에도 심각한 위험을 가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한 “미국과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경우 러시아 해군은 미국의 항공모함, 주요 수륙양용함정, 이지스 유도 미사일 순양함, 구축함 등 주요 해군 자산의 본거지인 샌디에이고, 진주만 또는 요코스카 둥 주요 해군 기지를 최우선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점에서 미국의 중요 해군 자산을 겨냥해 포세이돈 어뢰를 사용한다면 러시아는 단 한 번의 신속한 전략적 타격을 통해 전략적 성과를 달성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이 서태평양에 배치되는 포세이돈을 걱정한다면 중국도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중국은 결국 이런 무기들이 자국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 소재한 S 라자라트남 국제학교의 콜린 고(Collin Koh) 연구원은 “물론 객관적인 성능만 놓고 볼때 중국은 러시아의 이 신형 전략적 무인 드론에 대해 우려할 이유가 충분하지만, 현재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양호한 상태여서 중국은 포세이돈을 즉각적인 위협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중국과 러시아는 진정한 장기 파트너라기 보다는 ‘한 방에 같이 자지만 딴사람처럼 느껴지는 동료’(Strange Bedfellows)처럼 보인다”며 “향후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개선된다면 중국은 약간의 위험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장기적으로 중국은 러시아를 미국에 이어 해군의 ‘제2의 도전 전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최소한 러시아의 포세이돈은 중국으로 하여금 동등한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개발 노력을 서두르게 만들 것”이라며 “어쨌든 최근 중국이 인공지능(AI), 로봇 공학, 무인 시스템 등에 많은 자원을 투입해온 이상 포세이돈 드론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만들 능력을 잘 갖춰 놓았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군비 경쟁의 시작?

사벨예프 연구원과 골드스타인 교수는 포세이돈이 핵 강대국인 미국과 러시아 간 전략적 경쟁의 판도를 바꿔놓지는 못해도 그것의 배치는 핵 확산 문제를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사벨예프 연구원은 “그런 무기의 확산은 새로운 차원의 핵무기 경쟁을 야기할 것이다. 포세이돈이 분명 전략 무기 범주에 속하지만 2010년 체결된 START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포세이돈의 배치는 2021년 이후 정의와 검증 등과 관련된 미래의 무기 통제 시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면서 사실상 협정의 효력을 약화시키고, 협정 연장 전망을 흐려 놓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골드스타인 교수도 “포세이돈 같은 장거리 무인 시스템이 어떻게 해저 전쟁의 전체 풍경을 바꿔 놓을지가 중요한 문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과거 중국도 ‘로봇 잠수함’ 개발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왔다는 과거 언론 보도를 언급하면서 “이는 중요한 문제다. 미국은 새로우면서도 위험한 AI 해저 군비 경쟁이란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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