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책당국자들의 부양책 의존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 로이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주석 임기제를 폐지함으로써 사실상 영구집권의 길을 열어놓았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냉각되면서 시 주석의 지도력 약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 주석이 2013년 이후 막강한 권력을 이용해 덩샤오핑 시대 때 만들어진 국영기업 모델을 혁신했다면 중국 경제는 지금과 같은 어려움을 피할 수 있었다. 수출에서 서비스 부문에 이르기까지 성장 엔진 재정비에 나섰다면 중국은 미국의 무역전쟁 목표가 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자신감을 더 많이 가졌더라면 언론자유와 인터넷이 부패 청산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지 모른다. 시장의 힘이 ‘결정적’ 역할을 하게 했다면 중국 증시는 정부의 지원 유무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는 고질적 문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이제 시 주석에겐 단 한 가지 선택만이 남았다. 부양책을 쓰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의 위험이 줄어든다. 하지만 중국은 오히려 연초부터 지방 정부 채권 발행을 통해 인프라 투자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다.

낙관적인 측면

지난해 중국 경제가 1990년도 이후 가장 부진한 6.6% 성장에 그쳤지만 올해 중국 경제를 낙관할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중국의 14억 인구가 5년 전에 비해서 훨씬 더 넓은 기반 위에서 팽창하고 있고, 그로 인해 늘어난 내수가 무역흑자 감소를 어느 정도 상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좀비기업(한계기업)을 막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추세가 대규모 부양책 없이는 지속불가능하다. 시 주석이 신규 부채와 신용 증가에 더 신중함 모습을 보일 것이란 예상은 틀렸다. 높은 임금과 생활수준, 고속 성장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느냐에 따라 그의 영구집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당국자들이 경제 혈관에 계속해서 새로운 스테로이드를 쏟아 붓지 않으면 영구집권은 ‘간절한 희망’으로 끝나버릴 수 있다.

우리는 이미 감세, 기업대출 확대, 건설 프로젝트 조기 추진, 중국인민은행의 지급준비율 인하뿐만 아니라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 등을 목격했다. 중국이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려면 투자자들이 걱정하고 있는 엄청난 부채가 더 늘어날 것이고, 시 주석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은 경제 위기를 피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 AFP

시 주석은 올해뿐 아니라 내년에도 경제 운용에 신중해야 한다.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6% 아래로 떨어지거나(설사 그렇게 떨어지더라도 그 사실을 인정할 가능성은 낮지만), 시 주석이 경기부양 강도를 높일수록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 위험만 커질 뿐이다. 민스키 모멘트는 과도한 부채 확대에 기댄 경기호황이 끝난 뒤 은행 채무자의 부채상환 능력이 나빠져 채무자가 결국 건전한 자산까지 내다팔아 금융시스템이 붕괴하는 시점을 말한다. 1990년도에 일본이, 1997년도에 동남아시아가, 1998년도에 러시아가, 그리고 2008년에는 미국이 겪었다.

중국이 경기부양책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해 훗날 그로 인한 부작용이 커진다면 세계 경제가 받는 피해는 상당할 수 있다. 14조 달러 규모의 중국 경제가 한계에 부딪혔다고 생각해보자. 아마도 그로 인한 충격은 2008년 ‘리먼 사태’와 비교불가 수준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투자자들이 중국의 미래가 걸려있는 약 34조 달러 규모의 공공과 민간 부채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 이유는 시 주석의 해결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의 위기

하지만 한 가지 간과되고 있는 사실이 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중국이 동원한 부양책의 후유증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리먼 사태가 터지고 몇 달 뒤 중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전례가 없는 유동성을 공급했다.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이끄는 정부는 이로 인해 호평을 받았다. 이후 시 주석도 유동성 공급을 지속했다. 2008년 중국 은행 부문의 부채 포함 자산 규모는 9조 달러 수준이었다. 그런데 오토너머스리서치아시아(Autonomous Research Asia)의 찰린 추 같은 애널리스트들은 이 수치가 이미 33조 달러를 넘어섰다고 주장한다. 같은 기간 지방정부 부채도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다이와캐피탈마켓은 3조 달러에 이르는 중국의 달러표시 채권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달러 대비 위안화가 약세를 보일 경우 달러표시 채권 상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수확체감의 법칙대로 될 위험성도 있다. 수확체감의 법칙이란 어떤 생산요소의 투입을 고정시키고 다른 생산요소의 투입을 증가시킬 경우 산출량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다가 투입량이 일정 수준을 넘게 되면 산출량의 증가율이 점차적으로 감소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중국 경제의 경우, 새로운 댐, 공항, 6차선 고속도로 및 기타 대형 프로젝트로 인한 국내총생산(GDP) 증가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그럴 경우 경제에 투입하는 유동성을 늘려야 하는데, 그로 인해 채무 부담, 과잉 생산, 환경의 질적 저하 등의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 중국인민은행은 신용 여건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위안 발권량을 늘려야 한다. 이런 모든 가능성들이 향후 수년 동안 중국 경제를 더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단언컨대, 시 주석은 중국은 모든 산업화된 경제국가가 필연적으로 직면하는 경제 시스템의 붕괴를 중국은 모면할 수 있다는 환상을 유지하기 위해서 애쓸 것이다. 야심차게 추진 중인 산업고도화 전략인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를 통해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독일의 신흥 도시인 볼프스부르크(Wolfsburg)까지 전 세계 첨단 기업들을 모두 놀라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순서가 뒤바뀐 격이다. 주력 기술 분야에 수천 억 달러의 돈을 투자해도 중소기업의 역할이 확대 되거나, 뇌물 수수 관행이 사라지고, 투명성이 높아지고, 그림자 은행이 초래할 위험이 축소되고, 중국 기업들이 더 주주 친화적으로 변하고, 자산과 신용과 부채의 거품이 해소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그의 야심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튼튼한 경제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추가 경고 신호가 등장할 때까지 그런 기반 구축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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