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엔화 약세를 유도해야 할지 모른다. 사진: 로이터

중국의 실제 수요와 공급 상황이 통계학자들이 시진핑 국가주석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위해서 내놓는 통계 수치와 일치하는지 여부를 떠나 어쨌든 중국은 매년 최소 6%는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를 강타하고 있는 중국발 경기둔화까지 마사지하기는 불가능하다.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수출은 전년대비로 평균 13% 감소했다. 한국에서부터 싱가포르와 호주에 이르기까지 일제히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수출 급감 현상은 올해 중국 경제가 강력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시 주석의 믿음이 잘못됐다는 걸 드러내준다.

무엇보다 일본의 수출 급감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자료를 보면, 1월 일본의 대중국 수출액은 전년동월대비로 무려 17.4%나 급감하며 2017년 1월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1월 전체 수출액 역시 8.4% 감소한 5조5,742억엔(약 56조4483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1조4,152억엔(14조3,313억원)의 적자를 냈다. 작년보다 49% 적자 규모가 늘어났다. 이처럼 부진한 무역지표는 미중 무역전쟁 여파와 중국 경제 둔화가 아시아 경제 전망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황 더 악화될 수도

아시아 국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미국 우선주의’를 더 강하게 밀어붙일까봐 걱정하고 있다. 중국이 3월 1일 무역협상 마감 시한까지 협상을 타결 지을 거라고 단정하기도 힘들다. 또한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서 그 누구도 미국이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관세를 부과할지 하지 않을지를 모른다. 만일 관세를 부과했다간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은 즉각적이고 고통스러운 타격을 피할 수 없다.

7개월 만에 처음으로 늘어난 일본의 대미 수출 흑자는 불길한 징조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히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자동차 분야의 대미 수출이 5.1% 증가하며 호조를 보였다는 게 큰 문제다. 이 소식 하나만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협상 대표팀에게 일본과의 무역협상에 성과를 내도록 재촉할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의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는 19일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엔화 강세로 경제와 물가가 영향을 받을 경우 추가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했고, 이 발언 영향으로 엔화가 약세 압력을 받았다.

구로다 총재는 미일 간 금리 차가 줄어들어 엔고가 진행될 가능성을 지적하며 “물가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하다면 추가완화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구체적인 추가완화 방법으로 국채 수익률 인하나 자산매입 규모 확대 등을 언급하며 “효과와 부작용을 비교해가면서 상황에 따라 최적의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20일 나온 일본의 수출 지표는 하반기 일본 경제 반등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한편 구로다 총재가 추가완화에 나설 가능성을 높여줬다. 그런데 만일 BOJ가 추가 완화 조치를 취해 엔화 가치가 떨어진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분노할 게 분명하다. 결과적으로 미국 재무부는 달러 약세를 선호한다는 뜻을 공공연히 드러낼 수 있고, 한국의 원과 중국의 위안 등 아시아 주요국 통화들이 상승 압박을 받으면서 아시아 지역 수출은 새로운 역풍을 맞게 될 수 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가 터지자 한국에서부터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그리고 태국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국가들은 수출주도형 경제에서 벗어나겠다고 약속했다. 그들이 강력한 내수 주도형 성장 엔진 개발을 위해 더 신속하고 대담하게 나섰더라면 미국이 취하는 행동에 지금처럼 심하게 휘둘리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 역시 예외가 아니다. 2008년 리먼 사태 여파가 아시아 국가들로 전파됐을 때 일본은 제조업 수출에 의존한 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비스 산업을 역동적으로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일본은 중국의 후광에 기대는 전략을 펼쳤다. 자국산 제품에 대한 중국 쪽 수요가 강하자 일본 입장에서는 굳이 서둘러 성장 동력을 재보정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무역지표는 앞으로 닥칠 시련이 이제 막 시작한 데 불과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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