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호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KCNA/로이터

북미 정상회담이 임박한 가운데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미국은 북한에 모든 미사일 기지가 포함된 리스트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북한 핵 폐기에 중점을 둘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미사일 기술에 대한 논의를 생략하면 이란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서방 세계는 현재 이란의 미사일 개발 계획 중단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런 요구를 관철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북한의 미공개 미사일 작전 기지와 전략적 군사 시설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지프 버뮤데즈와 빅터 차, 리사 콜린스 연구원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신오리 기지를 포함한 북한의 약 20개 미사일 기지와 이들 기지에 배치된 노동 미사일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 미사일은 남한은 물론 일본 영토의 대부분을 선제 타격할 수 있고 재래식 탄두는 물론 핵탄두 탑재도 가능하다.

보고서는 신오리 기지에 대해 “노동1호 중거리 탄도미사일이 배치된 연대급 미사일 작전 기지”라며 이 기지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 폐기 협상의 의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핵무기 VS 미사일

지난 2015년에 미국과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이 체결한 “이란 핵합의” 또는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은 이란이 핵 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과 유엔, EU가 대이란 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 핵무기에 우선 순위를 두고 협상을 진행하면서 미사일이 핵탄두를 탑재하지 않도록 설계됐다는 이란의 주장을 수용했다. 하지만 모든 미사일은 크기와 무게만 맞는다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 핵합의”를 승인한 유엔 결의안 2231호가 탄도미사일 문제를 포괄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현실은 다르다. 결의안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탄도 미사일 관련 활동을 하지 않도록 요구하고 있으나, 이란의 탄도 미사일 관련 활동이 금지된 것은 아니다.

결의안 2231호는 자국의 미사일이 핵탄두를 탑재하지 않도록 설계됐다는 이란의 주장을 유엔의 발언으로 바꿔놓은 것에 불과하다. 탄도 미사일 개발 등의 관련 활동을 해도 제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달랐다.

지난 2017년 2월 트럼프 정부는 이란 제재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는 13명의 인물과 12개 기업을 제재했다. 제재 대상에는 이란 미사일개발프로그램을 주도한 샤히드헤맛산업그룹과 관련이 있는 6개 이란 기관과 함께 4개의 중국 기업과 1명의 중국인, 1개의 터키 기업이 포함됐다.

이어 같은 해 3월 미국은 이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이용될 수 있는 민감한 물품을 공급한 혐의로 총 11 기관과 인물을 추가 제재했다. 이중 9 기관과 인물이 중국 국적이었고, 중국인 루안 룬링이 포함됐다. 미 재무부는 루안이 이란 국방부가 소유한 시라즈전자산업에 미국산을 포함한 미사일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부품과 기술을 제공했다고 제재 사유를 밝혔다. 이란의 시라즈전자산업은 2007년부터 제재를 받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8월 “이란 핵합의”에 의해 종료된 이란 제재를 다시 도입한 데 이어 12월에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심각하고 고조되는 위협”이라며 EU에 이란에 대한 새로운 제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란 제재를 위반하는 기업에 대해 조치를 취하겠다는 미국의 강경한 태도 때문에 유럽과 이란 기업 간 협력 관계는 급격하게 위축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올해 1월15일 이란의 우주왕복선용 미사일 발사를 맹렬히 비난하며 미사일 발사가 유엔 결의안 2231호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이 미사일이 핵탄두 탑재용으로 설계된 미사일이 아니기 때문에 결의안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란이 발사한 이 미사일은 정상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이란식과 북한식 접근법의 차이와 공통점

미국이 북한과 이란을 대하는 방식에는 차이와 공통점이 공존한다. 이란에 대한 유엔 제재가 북한에 대한 이란 제재보다 훨씬 모호하지만, 결과는 같다.

유엔의 대이란 제재가 경제와 기업에 일부 영향을 미치고 기술과 노하우의 전수를 막았지만, 미사일 기술, 북한 기업, 특히 중국에서 활동하는 북한 기업들로부터의 미사일 기술 이전은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도 오랫동안 유지돼 왔다.

다음은 주요 대북제재 일지

1992년 3월 미국 미사일 확산 활동을 이유로 북한 용각산 무역회사 등 제재.

2009년 6월 유엔은 5월 실시된 북한 2차 핵실험을 규탄하고 전문가 패널 구성 등 강경 제재가 포함된 결의 1874호 채택.

2010년 미 재무부 북한 핵 개발과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한 8개 북한 기관 제재.

2016년 3월 유엔은 같은 해 1월 실시된 4차 핵실험과 2월의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호 발사를 규탄하며 북한 화물 검색 의무화와 육해공 운송 통제, 북한 광물거래 금지와 차단 등의 조치가 담긴 제재 결의 2270호 채택.

2016년 11월 유엔은 북한 5차 핵실험에 따른 제재 결의 2231호를 채택하고 2270호에 북한 석탄 수출 상한을 도입.

2017년 6월 유엔은 북한 기관 4곳과 개인 14명을 추가 제재하는 결의 2365호 채택.

2017년 8월 유엔은 북한의 ICBM 시험 발사에 따른 제재 결의 2371호 채택. 북한의 주력 수출품목인 석탄과 철, 철광석과 수산물 수출 전면 금지, 해외 노동자 신규 파견 중단.

2017년 9월 유엔은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따른 제재 결의 2375호 채택. 대북 석유제품 수출 연 200만 배럴로 제한하고 북한 섬유제품 수출 전면 금지.

2017년 12월 유엔은 북한의 ICBM급 미사일 화성 12형과 15형 발사에 따른 제재 결의 2397호 채택. 석유제품 공급량을 50만 배럴로 낮추고 원유 공급량 상한선을 연간 400만 배럴로 신설. 해외파견 북한 노동자 24개월 내 귀환 조치.

북한 미사일 기지 공개가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 보고서가 북미 정상회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게 회담의 첫 번째 목표는 핵무기다. 미사일 문제에서 “이란 핵합의”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북한 미사일은 한국과 일본에 위협이 되고 미국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미국의 협상 대표는 이란의 예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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