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40년 전, 10만 명에 이르는 베트남군이 캄보디아 망명자 2만 명과 함께 급진 공산주의 세력인 크메르 루주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으로 진격했다.

그들이 프놈펜에서 발견한 생존자 수는 100명도 채 안 됐다. 1975년 집권한 크메르 루주 정권은 썩고 무너진 건물만 남긴 채 이미 프놈펜을 벗어난 상태였다.

크메르 루주 정권은 도시에서 살던 수백 만 명의 캄보디아인들을 강제로 시골 집단 농장으로 보내어 노동을 하게 했다. 이는 적을 완전히 몰살해 새로운 원년을 만들겠다며 일으킨 ‘이어 제로’(Year Zero) 혁명이 낳은 비극이었고, 캄보디아인들에게 끔찍한 악몽이었다. 크메르 루주 정권이 들어서고 4년이 채 안 돼 캄보디아 전체 인구의 4분의 1가량이 학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11월이 돼서야 비로소 크메르 루주 정권 고위 관리 두 명이 이슬람계 참족(Cham)과 베트남 소수민족에 대한 인종학살 혐의로 유죄가 선고되었다.

캄보디아에게 1월 7일은 ‘독립 기념일’ 내지는 ‘승리의 날’이다. 전 캄보디아 지도자는 이날을 캄보디아의 두 번째 생일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첫 번째 생일은 1953년 프랑스 식민 통치에서 벗어나 독립한 날이다.

7일은 캄보디아와 베트남의 관계를 축하하는 날이기도 하다. 1월 초엔 캄보디아 동북부 몬둘키리 주(Mondulkiri Province)에서 양국의 우호를 상징하는 새로운 ‘캄보디아․베트남 우호 기념탑’(Vietnam-Cambodia Friendship Monument) 제막식이 열렸다. 1980년대 이후 프놈펜에 세워진 기념탑에 이어 세워진 두 번째 기념탑이다.

프놈펜에 세워져있는 캄보디아․베트남 우호 기념탑. 사진: 트위터

1978년 12월부터 유엔 중재 평화협상에 따라 철군을 시작한 1989년 9월 사이에 약 2만 5,000명의 베트남 군인들이 캄보디아에서 목숨을 잃었다. 2000년대로 접어들기 전까지 캄보디아와 베트남 사이의 ‘특별한 관계’는 진부한 이야기일 뿐이었다. 1980년대 크메르 루주 정권 이후 설립된 정부를 지원한 게 베트남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최근 들어 중국이 캄보디아의 주요 지원국 내지 투자국이자, 최대 교역 파트너 및 가장 가까운 우방국이 되자 캄보디아와 베트남의 특별하고 친밀한 관계를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최근 다당 민주주의에서 벗어나면서 서양의 비판을 받고 있는 훈 센(Hun Sen) 총리가 이끄는 여당 캄보디아 국민당(CPP, Cambodian People’s Party)을 중국이 보호해주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을 끌고 있다. 작년 7월 치러진 총선에서 1985년부터 33년간 캄보디아를 통치해온 훈 센 총리가 제1야당을 해체하고 언론의 입을 틀어막은 채 승리하며 5년 추가 집권의 길을 열었다.

소팔 이어(Sophal Ear) 옥시덴탈 칼리지 외교 및 세계문제 교수는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침공해 승리했지만, 캄보디아를 좌지우지하는 건 중국이다. 베트남은 아쉬운 듯, 그리고 가끔은 심지어 상당히 분개하며 캄보디아를 바라보고 있다. 고객이 계약을 깨고 중국에게 안긴 꼴이다”고 말했다.

베트남이 인종학살을 자행하던 크메르 루주 정권으로부터 캄보디아를 해방시키긴 했지만, 베트남은 캄보디아를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개입했다. 베트남은 프놈펜에 진입하기 불과 13일 전에 캄보디아에 대한 전면적 침공을 감행했다. 수년 동안 이어진 크메르 루주 군의 소규모 국경 침입이 침공의 계기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은 1980년대에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국제사회가 베트남이 세운 새 정부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1979년 1월 훈 센 총리를 위시한 친 베트남 세력이 프놈펜에 입성에 크메르 루주 정권을 축출하고 캄푸치아 인민공화국(People’s Republic of Kampuchea)을 수립했다. 이어 1989년 4월 캄보디아 국민혁명당은 국명을 캄보디아국(State of Cambodia)으로, 당명을 캄보디아 국민당으로 개칭하고 사유재산 인정과 민영화 추진 등을 통해서 탈공산주의를 추진하였다.

1989년 훈 센 캄보디아 총리의 모습. 사진: AFP 포럼

하지만 중국은 크메르 루주 정권의 4년 통치를 지원했고, 1990년대 중반까지도 태국 국경 부근 기지에서 그들이 소규모 침략 행위를 저질렀을 때도 지원을 계속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 역시 냉전 시대의 정치 논리에 따라 1980년대 내내 크메르 루주를 캄보디아의 합법적 정부로 간주했다.

오늘날 캄보디아는 이러한 역사를 과거와 달리 도덕주의적인 흑백 논리로 재단하지는 않는다. 작년 1월 크메르 루주에서 이탈해 그에 맞서 싸운 훈 센 총리의 모습이 담긴 선전용 영화가 전국적으로 방송됐다. 하지만 영화는 중국이 인종학살을 저지른 크메르 루주 정권의 주요 지원국이었다는 사실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역사 왜곡은 쉽게 자행된다. 1980년대 말 훈 센 총리는 “캄보디아에서 중국은 모든 악의 뿌리”라고 선언했지만, 그로부터 10년 뒤에는 “중국은 캄보디아의 가장 믿을 만한 친구”라고 했고, 지금 캄보디아 정부 관리들은 중국을 ‘둘도 없는 친구’로 칭하고 있다.

이제 중국이 베트남이 캄보디아에서 했던 역할을 빼앗아가면서 캄보디아와 베트남 사이의 관계가 냉각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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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훈 센 총리의 정치적 중재자이자 가장 친정부 성향의 방송인인 프레시 뉴스(Fresh News)의 설립자 소이 솝힙(Soy Sopheap)은 작년 6월 훈 센 총리의 딸이 소유한 방송국인 BTV 뉴스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베트남 기업인들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그들이 캄보디아에서 장시간 토지 양허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같은 달 베트남에서도 똑같은 문제로 중국 기업인들을 비난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일어나기도 했다.

방송에서 솝힙은 우리가 베트남을 두려워해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며 “팜 빈 밍(Pham Binh Min) 베트남 외무장관이 캄보디아를 깔본다”고 주장했다.

캄보디아처럼 언론 통제가 심한 환경 속에서 정부 고위 관리들의 용인이 없이 솝힙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그처럼 자극적인 발언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보다 몇 달 전인 3월 훈 센 총리는 더 분명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그는 “우리 친구 베트남에게 그들이 실제로 나와 캄보디아에 충실한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양국 간 관계에 의문이 제기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캄보디아 정부는 최근 몇 년 동안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팽창주의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성명을 내놓지 못하게 막아왔다. 베트남은 남중국해를 사이에 두고 중국과 맞서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좌)과 훈 센 캄보디아 총리가 건배하고 있는 모습. 사진: AFP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행동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있는 반면 베트남은 비난 수위를 계속해서 높이고 있다. 베트남은 이 지역 내 중국의 지정학적 힘을 제한하기 위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고 있는 중이다.

베트남은 여전히 캄보디아 경제에 상당히 투자하고 있고, 양국 여당 간 교류도 계속해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캄보디아가 베트남에 등을 돌리고 중국에 더 가깝게 붙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베트남보다는 중국으로부터 더 얻을 게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견할을 위해 중국을 방문하는 캄보디아 공무원과 부처 관계자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부처가 중국과의 공동 협력 강화를 위한 상호 협약에 서명했다. 중국 또한 캄보디아에서 새로운 싱크탱크 설립에 투자하고 있으며, 중국 언론인들과의 공동 연구를 위한 캄보디아 언론인들의 중국 체류 비용을 대주고 있다.

또한 학술 프로그램에 따라 1,000명이 넘는 캄보디아 학생들이 중국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게 했다. 이들 중 다수는 캄보디아 내에서 영향력 있는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또한 그들 대부분이 특히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 베트남을 적으로 간주하는 중국의 세계관에 물이 든 채 캄보디아로 귀국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작년 12월 왕 이 중국 외교부장은 훈 센 총리의 아들인 훈 매니(Hun Manyu)를 만나 양국 젊은이들 사이의 교환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 강화를 약속했다. 훈 매니는 현재 캄보디아 청년연맹 연합(Union of Youth Federations of Cambodia) 회장을 맡고 있다.

중국과 캄보디아군이 군사 관계 강화에 나서면서 캄보디아와 베트남군 사이의 군사 관계가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등 군사적 차원에서도 분명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현재 중국과 캄보디아군은 일명 ‘골든 드래곤’(Golden Dragon)이란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 중이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은 캄보디아 고위 군 관리들을 공식 초청했다. 이는 캄보디아군이 미군과 합동 군사훈련을 무기한 연기한 것과 대조된다. 미군은 베트남군과의 연대 강화를 모색 중이다.

중국은 최근 몇 년 동안 캄보디아군에 수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이미 캄보디아 국방 분야에 1억3,000만 달러를 지원한 상태다. 중국은 또한 크메르 루주가 남기고 간 불발병기 제거를 위해 25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도 약속했다.

11월 <아시아 타임스>는 중국이 캄보디아 남서 지역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훈 센 총리와 다른 캄보디아 고위 정치인들은 이 보도 내용을 부인해왔다.

훈련 중인 캄보디아 해군 장교. 사진: 위키피디아

훈 센 총리는 12월 베트남 방문 시 응웬 쑤언 푹(Nguyen Xuan Phuc) 베트남 총리에게 “보도가 양국 관계를 해치는 가짜이자 거짓 뉴스”라며, 캄보디아 헌법상 자국 내에 어떤 외국군 기지 건설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캄보디아 국민당은 정치적 목적 등을 위해 쉽게 헌법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캄보디아와 베트남, 그리고 중국은 앞으로도 최근 몇 년 동안 걸었던 것과 비슷한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캄보디아는 두 우방국 사이에서 같은 거리를 유지할 것이고, 베트남은 캄보디아의 해방국이자 역사적 우방국임을 알릴 것이다. 크메르 루주를 지원했던 중국의 역사는 캄보디아 국민당의 역사책으로부터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외교적 차원에서 봤을 때 베트남은 중국에게 밀려날 것이다. 한때 중국이 지원했고, 베트남이 전복시킨 크메르 루주 정권의 몰락 이후 4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이 베트남보다 캄보디아에게 줄 수 있는 게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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