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페르타미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기 위해 주차되어 있는 오토바이 주유구에 붙어있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선거용 스티커. 사진: 로이터

지난 2008년 중반 국제 유가가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자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전 대통령은 자국내 연료 가격을 30% 이상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런 조치로 자신의 재선이 어려워질까봐 걱정했다.

그러나 그해 말 유가가 하락하자 그는 세 차례에 걸친 인하를 통해 연료 가격을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놓았다. 그는 훗날 이 조치가 2009년 7월 열린 재선에서 경쟁자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대통령을 누를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현재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국내 연료 가격을 세계 시장 가격과 연동해서 조정하기를 꺼리는 가운데 조코 위도도 대통령도 4월 대선을 앞두고 유도유노 전 대통령처럼 제한적인 가격 조정 전략을 취했다. 현재 브렌트유 기준으로 유가가 배럴당 64달러로 2008~2009년에 비해서 훨씬 더 내렸다는 점만 그때와 다를 뿐이다.

국영 석유회사 페르타미나는 10일 국제 시장 가격 하락과 미국 달러화에 대한 루피아 강세에 맞춰 국내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최대 800루피아(약 64원)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2018년 4월 8일 인도네시아 수카부미에 있는 한 해안 방문 도중 오토바위 위에 앉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유가 정보 웹사이트인 글로벌페트롤프라이스닷컴(GlobalPetrolPrices.com)이 164개국 연료 가격을 비교․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연료 가격은 40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베네수엘라, 수단, 이란, 쿠웨이트의 연료 가격이 가장 싸고, 짐바브웨, 홍콩, 모나코, 노르웨이의 연료 가격이 가장 비쌌다.

이런 비교․분석은 세계 평균 가격인 리터당 1만510루피아(74 센트, 845원)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이 가격은 전 세계 평균인 1.09달러뿐만 아니라 싱가포르(1.51달러), 라오스(1.16달러), 태국(1.04달러), 필리핀(94센트), 캄보디아(91센트)에서 거래되는 가격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 미얀마, 브루나이의 가격이 세계 평균보다 싸다.

2014년 당선된 직후 위도도 대통령은 전임자가 거부했던 연간 230억 달러의 연료 보조금 중 80억 달러를 삭감하기 위해 연료 가격을 30% 이상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이행함으로써 광범위한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돌연 연료 보조금을 94조5,000억 루피아에서 163조5,000억 루피아로 무려 70% 가까이 늘리는 한편, 인플레이션 속등 우려를 이유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던 연료 가격을 규제하는 새로운 방안을 선보였다.

누가 봐도 4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선심성 공약이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9년 사회복지비 예산을 전년 대비 32% 늘어난 381조 루피아로 편성했다. 이 돈은 대부분 최빈층 지원에 쓸 예정이다.

정부는 이어 현재 9.8%인 공식 빈곤율을 더 낮추겠다며 현금외식량지원(Non-Cash Food Assistance) 프로그램 지원 대상 가구 수를 1,000만 가구에서 1,560만 가구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자카르타 페르타미나 주유소에서 한 직원이 기름을 넣을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AFP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4월 대선과 총선이 끝난 뒤 연료 가격이 예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연료 가격 인하에 따른 부담은 전적으로 페르타미나가 져야 한다. 페르타미나는 2017년에 전국에 도입된 ‘한 가격 정책’과 관련된 추가 비용도 부담한 적이 있다. 당시 파푸아 등 인도네시아 동부 섬들 소비자들은 높은 운송비 때문에 다른 지역 소비자들에 비해 훨씬 더 높은 연료 가격을 부담해야 했지만, ‘한 가격 정책’으로 운송비 부담이 페르타미나에게 전가됐다.

한 석유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10월 고점(배럴당 81.03달러)보다 내려온 건 맞지만 지금은 가격을 확고하게 유지하면서 ‘한 가격 정책’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며 페르타미나의 재정상태를 탄탄하게 만들어야 할 때”라며 “페르타미나가 현재 가격으로도 흑자를 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한 가격 정책’으로 인한 비용 부담을 계속해서 감당하지는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게다가 페르타미나는 정부 정책에 따라 국내 2위 가스전인 칼리만탄티무르 주 마하캄 블록의 석유와 가스 영업권도 넘겨받았지만 이곳의 생산량은 이미 34%나 감소한 상태다.

분석가들은 이런 식으로 정부가 효율성 제고, 비용 축소, 높은 수준의 기술력 및 자본 투자 유치 노력은 등한시한 채 페르타미나를 자기 입맛대로 이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믿고 있다.

한 전직 고위관리는 “페르타미나의 재정상태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부실해져서 정부가 구원에 나서야 할 경우 정부 입장에선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신용평가 기관들이 이미 페르타미나의 재정상태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이는 동사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무디스는 지난 10월 페르타미나가 자본 지출과 집행 위험 증가에 잘 대처하고 있지만, 전체 석유와 가스 생산의 감소를 막기 위해 인도네시아는 외국 석유 회사들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페르타미나의 직원이 인도네시아 칼리만탄티무르 주 분유 섬에 있는 원유 탱크 부근에서 측정기를 열고 있다. 사진: 로이터

위도도는 작년 10월 발리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10월 11일 연료 가격 인상안에 깜짝 서명했다가 그로 인해 저소득층의 피해가 커질 것이란 말을 듣고 발표 한 시간 만에 전격 백지화했다. 하지만 이후 국제 유가가 80달러까지 오르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결국 지난달 디젤과 휘발유 가격을 평균 7% 인상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유가가 예산 편성 시 인도네시아의 추정치인 배럴당 75달러보다 낮은 68~73달러 부근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미중 무역 분쟁을 포함한 많은 경제적․지정학적 위험이 여전히 유가 급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본다.

인도네시아는 2009년부터 석유 순수입국이 되었고, 현재는 124억 달러 상당의 석유와 가스를 수입하고 있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무역 적자를 심화시키는 중대 원인으로 지목된다.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연료 가격을 내리라고 강하게 요구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세계적 여건 변화로 가격 변동성이 심해질 때조차 정부의 보조금 지급을 국민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자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의 정권도 보조금을 재정 부담 요인이 아니라 사회적 의무로 간주하게 됐다.

하지만 한 전직 경제 관료는 “가격을 낮게 유지하면 사람들은 굳이 연료를 아껴 쓰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럴 경우 그들의 현실 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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