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참혹한 실상 그린 만화소설 ‘얄라 바이’ 아랍어 번역본 출간…韓 만화가 참여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인 2006년 여름, 가브리엘 엘 차와디(Gabriel El Chawadi) 가족은 레바논 남부 티레(Tyre)에서 휴가를 보내기 위해 프랑스를 떠난다. 그런데 그들이 티레에 도착하자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대한 공습을 시작한다. 프랑스에 남아 있던 아들 가브리엘은 뉴스를 보면서 레바논에서 전쟁이 일어난 걸 알고 아연실색한다.    레바논인들은 공습이 익숙한 듯 차와디 가족에게 공습이 곧 끝날 거라고 안심시키지만, 공습은 오히려 격화되고, 가족의 분위기는 서서히 침울하게 바뀐다. 티레에 머무는 동안 차와디 가족은 여러 동네로 도망을 치며 다니다가 기독교 거주지로 피신한다. 가브리엘은 필사적으로 아버지와 전화통화를 시도한다. 그는 좌절감과 절박감에 휩싸여 친구와 키우던 개에게 분노를 표출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가족을 걱정하는 친척과 친구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애쓰면서 자크 시라크 당시 프랑스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도움을 요청한다. 처음에는 평화롭게 시작했던 이야기의 긴장감은 시간이 갈수록 고조된다. 프랑스 출신 레바논 예술가인 조셉 사피에딘(Joseph Safieddine)이 재불 만화가인 박경은 씨와 손잡고 낸 ‘만화 소설(graphic novel·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 ‘얄라 바이’(Yallah Bye)의 줄거리다. 이 작품은 우연히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의 전쟁에 휘말린 한 가족을 통해 전쟁으로 인해 인간이 치러야 할 고통스러운 대가를 실감 나게 보여주고 있다. 사피에딘이 줄거리를, 박 작가가 작화를 맡았다. ‘얄라 바이’는 2015년 프랑스어로 처음 출간된 뒤 2017년에는 영어로 출간됐다. 그리고 최근에는 다시 아랍어로 나왔다. 소설을 낸 출판사 눌북스(Nool Book)는 네덜란드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로 된 만화 소설의 아랍어 번역본을 여러 권 출간한 이력이 있다. ‘얄라 바이’의 아랍어 번역본은 최근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2006년 때처럼 중동에서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는 새로운 대리전쟁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는 시기에 출간되어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얄라 바이’에는 폭력과 죽음을 묘사한 만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대신 로켓들이 주위에 끊임없이 떨어지며 일으키는 무시무시한 소음과 충격, 식량과 물 부족, 참을 수 없는 더위, 계속된 정전, 잠 못 이루는 밤, 신경쇠약, 그리고 한계에 내몰린 아버지 무스타파와 그의 아내 안나 사이의 끝없는 말다툼을 통해서 전쟁의 참혹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준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울부짖으며 슬퍼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황폐함과 두려움은 박경은 작가의 그림을 통해 훌륭하게 묘사된다. 박 작가는 특히 그들의 신체적 무기력감을 전달하는 데 뛰어난 수완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가족 네 명이 매트리스에 누워 잠을 청하지만 잠이 들지 않는 모습이 나오는 장면에서 박 작가는 붉고 샐쭉해진 얼굴에 흘러내린 땀방울을 통해 가족들이 느끼는 괴로운 감정을 보여준다. 방귀, 상처, 더러운 위생상태, 그리고 무스타파와 친구들이 물담배를 피우며 슬픔을 달래는 장면 등도 인간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작품을 쓰기 위해 박 작가와 함께 티레를 여행했다는 사피에딘은 “박 작가는 여행 내내 본 모든 것을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그는 박 작가에게 자신의 가족, 친구, 문화를 소개해줬고,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장소와 거리, 주민과 인물들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아랍권 서점 진열대에서는 만화 소설을 구경하기 힘들다. 그러나 출판사인 눌북스는 이곳에서 주로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만화 소설을 예술 작품으로 정착시킬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얄라 바이’ 아랍어 버전이 성공한다면, 앞으로 다른 만화 소설 번역도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