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의 시간 동안 ‘확’ 바뀐 홍콩 시위

최근 홍콩 시민과 정부 간에 벌어진 범죄인 인도 법안(이하 ‘송환법’)을 둘러싼 싸움은 2014년 일어난 ‘우산 혁명’ 시위와는 방법상 현저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홍콩은 1997년 공식적으로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됐지만, 영국의 요구에 따라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나라의 두 개 정치 체제)’ 원칙을 보장받았다. 이 원칙 덕에 홍콩 시민들은 50년 동안 중국 본토에서는 누릴 수 없는 자유와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됐다. 2014년 일어난 ‘우산 혁명’은 중국 정부가 홍콩 최고 통치자인 행정장관 선거에 개입하려는 데 대한 불만에서 일어났지만, 곧바로 민주주의 홍콩의 미래를 위한 존재론적 싸움으로 바뀌었다. 5년 전 시위대는 근 3개월 동안 홍콩의 주요 상업지구를 점령했다. 하지만 당시 시위를 환영하지 않은 사람도 많았고, 그로 인해 시위대는 친(親)민주 진영으로부터도 상당한 지지를 잃었다. 반면, 이번 시위는 모두로부터 엄청난 지지를 받았다. 홍콩의 보수와 급진 세력 모두가 송환법 하나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송환법이 통과될 경우 홍콩에 머무는 사람들이 문제의 소지가 많은 중국 사법제도 하에서 재판을 받게 되는 일이 벌어지고, 그로 인해 홍콩의 사법 독립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시위의 발단이 됐다. 홍콩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였다. 시위는 또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기술이 가능하게 해준 ‘지도자가 없는’ 시위  이번 시위는 2014년 우산 혁명 때와 달리 시위를 주도할 지도자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높은 고도의 조직력을 보여주며 진행됐다. 이런 식의 ‘지도자가 없는’ 시위는 기술 주도적이고 분산화된 세계에 익숙한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가 이끄는 새로운 시대의 세계적 시대정신을 반영한다고 말할 수 있다. 12일 시위 때 촬영된 동영상을 보면, 경찰이 쏜 최루탄과 고무탄이 날아오자 시위대가 조직적이고 협력적으로 마스크, 고글, 흡입기, 물을 최전방 시위자들에게 날랐다. 이때 시위대는 수신호도 사용했지만, 높은 수준의 보안과 보호를 약속하는 암호화된 메신저인 텔레그램(Telegram) 앱을 적극 활용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왓츠앱, 인스타그램도 시위에 동원됐다. 특히 텔레그램은 지난 2014년 ‘우산 혁명’ 때처럼 시위대의 워키토키(휴대용 소형 무선 송수신기) 네트워크 역할을 했다. 빅브라더의 반격  그러나 당국은 곧 첨단 기술 침투 방법을 알아냈다. 지난주 시위대 사이에선 시위대의 움직임을 추적하기 위해 당국이 어떤 텔레그램 그룹에 침투했는지를 두고 일대 혼란이 일어났다. 당국의 비밀 감시에 맞서 일련의 암호가 개발되었다는 말도 들렸다. 6월 12일 시위 때도 텔레그램은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이 앱의 창시자인 파벨 두로프(Pavel Durov)는 중국에서 디도스(DDoS) 공격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디도스 공격이란 특정 사이트를 과부하 일으켜 접속 불능 상태로 만드는 걸 말한다. 텔레그램을 사용한 지역 운동가들도 경찰에 체포되어 채팅 그룹의 정보 누설을 강요받았다. 우산 혁명 때와 달리 이번 홍콩 시위의 최전방에 선 사람들은 사진과 인터뷰를 거부하고, 얼굴을 가리고, 위치추적을 무력화시켰다. 그들은 모바일 결제를 하거나 신용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고, 대신에 선불 심(SIM) 카드를 구입하고, 심지어 승객의 이동을 기록할 수 있는 SVC(Stored Value Card)를 구입하지 않고 현금을 내고 지하철 승차권을 사서 썼다. 2014년 우산 혁명 주도자 중 다수가 구속됐다. 그렇다면 ‘지도자 없는 시위’라고 불리는 이런 식의 시위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까? 그리고 어떤 식으로 대중을 상대로 한 감시가 이루어질까? 이제 홍콩뿐 아니라 중국의 많은 사람들은 지도자 없이도 수백만 명이 참가해 열리는 시위에서 인공지능(AI)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궁금해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