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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기후변화 위협에 긴장하는 러시아

러시아는 지난주 파리협약을 비준했으나, 러시아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홍보 활동처럼 보인다. 물론 활동비는 ‘제로’다.
2018년 10월 북극곰들이 러시아 북부 노바야제믈라섬 벨루샤 구바 마을 근처에 쌓인 쓰레기 속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이곳은 군사 지역인데, 북극 얼음이 녹으면서 곰들이 먹이를 찾아 들어오기 시작하고 있다. (사진: AFP)

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지난주 지구 온난화가 러시아의 주요 농업 분야와 러시아 국민 안전에 모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기후변화 대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메드베데프 총리의 이와 같은 발언은 러시아가 기후변화로 인해 전례 없는 심각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그동안 보여왔던 지구 온난화에 대한 러시아의 모호한 태도도 바뀔지 모른다는 약간의 기대감도 갖게 만들어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러시아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세계 4대 탄소배출국인 러시아는 지난 2015년 파리협약(Paris Agreements)에 처음으로 서명했고, 지난주 협약에 비준했다. 파리협약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 협약으로,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합의한 것이다.

러시아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 수준보다 25~30%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언뜻 봤을 때 인상적인 성과처럼 보이지만, 한 번 더 살펴보면 이것이 사실은 큰 의미가 없는 약속임을 알 수 있다.

러시아의 탄소배출량은 1990년 이후 급감했는데, 에너지 효율성이 향상됐기 때문이 아니라 구소련과 함께 중앙계획 경제가 무너진 게 탄소배출량 급감의 직접적인 이유로 봐야 한다. 따라서 이미 2017년 현재 러시아의 탄소배출량은 1990년도와 비교해서 32%가 줄었다. 다시 말해서 아이러니하게도 러시아는 오히려 탄소배출량을 늘려도 탄소배출량 감소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

따라서 러시아가 지난주 발표한 파리협약 비준은 국제무대에서 러시아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벌인 홍보 활동처럼 보인다. 물론 활동비는 제로. 러시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기업 로비 단체인 러시아경제인연합회(RSPP)는 러시아의 이런 움직임을 서방 국가들의 제재 속에서 추가적인 경제적 고립을 막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화석연료 수출국에 속한다. 천연가스는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이다. 따라서 러시아는 에너지 생산과 소비 방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후변화 결정에 참여하는 데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기후정책이 자국 같은 에너지 생산 국가들의 이익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다.

러시아 북부 야말 반도의 야르세일 외곽에서 발생한 탄저병으로 어린이 한 명이 숨지고, 23명이 감염되자 러시아 정부가 더 이상의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수의사들이 어린 사슴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러시아의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서 오랫동안 묻혀 있다가 발견된 순록들의 시체에 들어있던 균이 방목하는 무리로 옮겨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사진: AFP)

 

최근 몇 년 동안 러시아는 기후변화에 대해 모호한 접근 방식을 채택했다.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러시아의 광대한 북쪽 경계선을 가로지르는 수익성 높은 새로운 운송로가 열리고, 또한 그곳의 미개발 석유와 가스 자원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자 기후변화를 긍정적인 현상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이제 러시아는 전례 없는 심각한 문제를 겪기 시작하면서 기후변화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러시아 기상환경감시청(로시드로메트·Roshydromet)에 따르면, 지리적 위치 때문에 러시아에서 지구 온난화 현상이 다른 나라들보다 평균 2.5배 더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다.

올해 여름 산불로 수백만 헥타르의 시베리아 타이가(북반구 냉대 기후 지역의 침엽수림)가 황폐화되고, 홍수로 시베리아 남부 이르쿠츠크(Irkutsk) 지역이 큰 피해를 보는 등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닥칠지 모를 더 큰 위험에 비하면 이 정도의 피해는 약과일지도 모른다.

만약 기온이 계속 상승한다면, 러시아 영토의 60%를 차지하는 영구 동토층에 재앙적인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영구 동토층이 녹는다면, 러시아 주요 인프라의 구조적 안정성과 기능적 역량이 크게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담긴 연구 결과도 최근 발표됐다.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Russian Academy of Science)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 추세대로라면 영구 동토층 지역이 2080년까지 지금보다 25%나 줄어들 전망이다. 이 시나리오대로 된다면 에너지 송유관, 교통망, 거주지를 포함한 2,500억 달러(301조 원) 상당의 물리적 인프라가 위협을 받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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