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달 착륙은 인류가 이룬 최고의 업적 중 하나이다. 이후로 기술이 급속히 발전했지만 우주비행사들은 사실상 1972년 이후로 달에 가지 못했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아폴로 11호에 실린 컴퓨터보다 훨씬 더 성능이 좋은 컴퓨터를 우리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고 있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런데 이 말은 사실일까?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우리의 휴대폰은 대체 얼마나 성능이 더 강력한 것일까?
암스트롱이 탔던 아폴로 11호에는 아폴로 가이던스 컴퓨터(Appolo Guidance Computer, AGC)라는 컴퓨터가 실려있었다. AGC는 전력이 끊길 때 지워질 수 있는 데이터, 즉 ‘임시 결과를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 용량이 2,048단어였다. 이런 종류의 메모리를 통상 램(Random Accessory Memory, RAM)이라고 부른다. 각 단어는 16개의 2진 숫자(비트)로 이루어져 있고, 각 비트는 0 또는 1이다. 이는 AGC의 RAM 메모리가 3만 2,768비트였다는 뜻이다. 아울러, AGC의 롬(Read Only Memory, ROM)은 72킬로바이트(KB)였다. 이는 58만 9,824비트와 같다.
a나 b처럼 1개의 알파벳 문자를 저장하려면 보통 8비트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AGC의 3만 2,768비트의 램으로는 필자가 쓴 이 글을 전부 저장할 수가 없다. AGC를 당신이 가진 휴대폰이나 MP3 플레이어와 비교해보면 알 수 있겠지만, 그 둘의 저장 용량이 AGC보다 훨씬 더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들은 수천 통의 이메일과 수천 곡의 노래와 수천 장의 사진을 저장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이렇다. 최신 휴대폰은 보통 램이 4기가바이트(GB)이다. 이는 343억 5,973만 8,368비트란 뜻으로, AGC에 비해 무려 100만 배(정확히 말해서 104만 8,576배) 이상 많은 메모리다. 아이폰의 롬 메모리는 최대 512GB이다. 이것은 4조 3,980억 4,651만 1,104비트로, AGC의 700만 배 이상이다.
하지만 메모리만 중요한 건 아니다. AGC 프로세서의 처리 속도는 0.043메가헤르츠(MHz)였다. 최신 아이폰의 프로세서 처리 속도는 약 2,490MHz로 추정된다. 애플은 처리 속도를 광고하지 않지만, 전문가들의 계산에 따르면 그렇다. 이는 아이폰의 처리 속도가 50년 전 달에 인간을 착륙시킨 컴퓨터의 처리 속도보다10만 배 이상 빠르다는 뜻이다. 아이폰에는 디스플레이처럼 특정 과제를 수행하는 다른 프로세서가 탑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봤을 때 둘 사이의 차이는 더 극명해진다.
물론 구형 컴퓨터와 최신 휴대폰의 성능을 비교한다는 게 어불성설일 수 있겠지만, AGC를 계산기와 비교해보면 어떨까? 미국 반도체 회사인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exas Instruments)는 유명한 계산기 제조회사였다. 1998년과 2004년 이 회사는 TI-73과 TI-74 계산기를 출시했다.
다음은 이 두 계산기의 구체적인 사양이다.
우리가 두 계산기를 AGC와 비교하면 TI-73은 롬은 약간 부족해도 램은 8배 더 뛰어나다는 걸 알 수 있다. TI-84가 출시됐을 때 램 용량은 AGC에 비해 32배나 늘어났고, 롬은 1만 4,500배 이상이었다.
처리 속도의 경우 TI-73과 TI-84의 속도가 AGC보다 각각 140배와 350배 정도 더 빨랐다.
수십 년 전 학생들의 시험 통과를 돕기 위해 고안된 간단한 계산기가 인간을 달에 착륙시킨 컴퓨터보다 더 성능이 강력했다니 놀랍다.
AGC는 그 당시에는 최첨단이었지만, 달 착륙 당시 오늘날 사용할 수 있는 최첨단 컴퓨터가 있었다면 과연 무엇이 달라졌을까?
필자는 오늘날 이용 가능한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들 덕분에 소프트웨어 개발 시간이 훨씬 더 단축된 게 아닌지 의심한다. 인간을 달로 데려가는 데 필요한 복잡한 코드를 쓰고, 디버깅하고, 시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훨씬 더 단축됐을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구와의 통신 속도는 오늘날 더 나아지지 않았다. 지금 통신하는 데 걸리는 실제 시간은 1969년도 때와 같다. 빛의 속도, 즉, 메시지가 달에서 지구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그때나 지금이나 1.26초로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현재 더 큰 이미지 파일들을, 더 먼 거리에 있는 우주선에서 지구로 전송하고 있는 이상 전송에 걸리는 시간은 1969년도 때보다 상대적으로 더 오래 걸릴 것이다. 그래도 카메라 기술의 발전 덕분에 이미지는 훨씬 더 예뻐 보일 것이다.
우리가 목격할 가장 큰 변화는 훨씬 더 인공적으로 똑똑해진 컴퓨터일지 모른다. 필자는 우주선의 비행과 착륙이 컴퓨터의 손에만 맡겨지지는 않겠지만, 우주선은 훨씬 더 많은 정보와 지능을 갖게 되고, 1969년에 AGC가 할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우주비행사들에게 큰 위안이 될 수 있다.
암스트롱은 달 착륙 단계의 걱정을 가장 걱정이 적은 1점부터 걱정이 가장 많은 10점으로 평가했을 때 달 위를 걷는 걱정은 1점이지만 달 착륙을 위한 최종 하강은 약 13점이었고 말했다. 따라서 1969년 제한된 컴퓨터 능력을 갖고 달에 착륙했을 때 인간에게 진정 필요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인정하면서 이 글을 끝내도록 하겠다. 한 마디로 달 착륙은 정말 놀라운 업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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