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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유토피아는 어떤 모습일까?

올바른 사고방식을 가진 모든 사회는 새로운 AI 주도형 사회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이 계약에 따라 국가는 자산 수익률의 많은 부분을 가져가고, AI와 자동화에 의해 창출되는 잉여금을 주민에게 나눠줄 수 있을 것이다.
(사진: 배포자료)
<유토피아>를 쓴 영국의 인문주의자 토마스 모어(1451~1530)가 벨기에 북부 앤트워프(Antwerp) 거리를 거닐다가 유토피아 왕국에 대한 영감을 얻은 지 500년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지난 5월 두바이를 떠나 인공지능(AI)에 대해 강의하러 벨기에로 갔을 때 필자는 <유토피아>에 직접 보고 온 유토피아 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라파엘 히슬로디(Raphael Hythloday)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전담 부처까지 둔 두바이는 미래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박물관, 연구소, 재단의 본거지다. 마치 히슬로디가 방문했던 섬 같다. 일반적으로 유럽은 기술이 고용에 미칠 위협에 대해 점점 더 불안해하고 있는 반면에 두바이가 포함된 아랍에미리트는 AI와 자동화로 인한 노동력 절감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작용한다. 걸프 아랍 국가들의 자국 노동자 대 외국인 노동자 비율은 상당히 불균형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67%로 높지만, 아랍에미리트는 11%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아랍에미리트는 주로 사막으로 되어 있어, 더 이상 인구 증가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을 기계로 대체하자는 생각이 점점 더 매력적으로 보이고 있다.

프로테스탄티즘 윤리를 중시하는 서양  vs 여가를 중시하는 아랍  

그러나 유럽과 걸프 아랍 지역 사이에는 깊은 문화적 차이도 있다. 산업혁명과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근면 ·검약 등을 중시)의 발상지인 서유럽과는 달리 아랍 사회는 일반적으로 일하기 위해살기보다는 살기 위해일하기 때문에 여가 생활에 더 큰 가치를 둔다. 이런 태도는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최대한 높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제 시스템과는 양립하기 힘들고, AI와 자동화의 시대에 더 적합하다.

산업화된 서양에서는 기술력이 자본, 노동, 국가라는 3대 축에 장시간 의지해온 사회계약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수 세기 동안 자본은 기계에 대한 투자로 이어졌고, 노동자들은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기계를 작동시켰으며, 정부는 세금을 징수하고, 공공재를 공급하고, 필요에 따라 자원을 재분배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의 분업은 아랍 세계와 다른 비산업 경제의 사회 체제보다 훨씬 더 복잡한 체제를 만들었다.

아랍 국가들은 천연자원을 국유화하고, 주요 산업을 직접 관리하며, 국제 무역을 수행하고, 잉여금을 사회에 분배해 왔다. 최근까지 인구 증가와 천연자원으로부터의 수입 감소가 사회계약을 위협했다. 그러나 여가 사회가 요구하는 상품과 서비스 대부분을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기술을 갖게 됨으로써 기존 사회계약은 파기되기보다는 더 강화될 수 있다.

AI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든다?

서양에서는 기술 혁명이 자본 소유자들과 그 외 사람들 사이의 격차를 더 벌려놓은 것처럼 보인다. 생산성은 높아졌지만, 전체 소득에서 노동가 가져가는 몫은 줄어들었다. 자본 소유주 외에도, 여피족과 상속자 등의 여가 계층은 생산성 향상 기술이 만들어준 잉여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그로 인해 가장 큰 피해자는 저소득층과 교육을 못 받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때도 마찬가지로 AI가 자본과 고용의 관계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근시안적이다. 결국 실업률이 역사상 최저 시기였을 때 다수의 서양 국가들에서 포퓰리즘이 급증했다. 단언컨대, 현재 이런 나라들에서 커지는 불만은 더 많이 일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더 나은 삶의 질을 누리지 못해서 커지고 있다. 201811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유류세 인상 발표에 반대하면서 시작돼, 점차 반정부 시위로 번진 프랑스의 노란 조끼시위자들은 처음엔 출퇴근 비용을 올리는 정책에 반대했다.

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영국인들은 EU에 내야 하는 기부금을 자국 내 공공 서비스 확대에 쓰이기를 바라고 있었다. 대부분의 반세계화와 반이민 목소리는 일자리가 아닌 범죄, 문화적 변화, 그리고 삶의 질 저하 가능성과 관련된 우려에서 비롯된다.

정부가 적은 예산으로도 더 나은 ()국민 서비스를 하게 해줄 AI 유토피아

문제는, 서양의 사회계약에 따라 더 많은 여가 생활을 즐기려는 욕구가 상호 양립할 수 없는 요구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유권자들은 근로 시간을 줄이되 수입을 늘리기를 원한다. 또한 정부가 그들에게 훌륭한 의료, 연금,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세수를 계속해서 마련해주기를 기대한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서양 국가들이 정치적 난관에 봉착한 것은 당연하다.

다행스럽게도 AI와 데이터 기반 혁신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뚫어줄 수 있다. AI 유토피아에선 정부가 아주 적은 비용으로 공공재나 서비스를 늘려줄 수 있는 도구를 갖게 될 것이므로 예산이 부족한 대형 국가가 직면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다만 문화가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것이다. 1948년 초에 독일의 철학자 조셉 피퍼(Joseph Pieper)는 사람들의 프롤레타리아화’(proletarianization)에 대해 경고하면서, 여가 생활이 문화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양인들은 무임승차자에 대한 뿌리 깊은 분노뿐만 아니라 노동 윤리에 대한 집착도 버려야 할 것이다. 그들은 품위 있는 삶을 사는 데 필요한 일과 부를 축적하고 지위를 얻기 위해 해야 할 일을 구분하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전자의 일은 사실상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AI 사회계약을 체결하라

올바른 사고방식을 가진 모든 사회는 새로운 AI 주도형 사회계약을 체결하기 시작할 수 있다. 이 계약에 따라 국가는 자산 수익률의 많은 부분을 가져가고, AI와 자동화에 의해 창출되는 잉여금을 주민에게 나눠줄 수 있을 것이다. 공공 소유 기계는 일반 의약품, 식품, 의류, 주택에서부터 기초 연구, 보안, 교통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줄 것이다.

이런 지출을 부당한 시장 개입으로 간주하는 사람도 있고, 정부가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대중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러한 주장은 근시안적이다. AI와 자동화의 발전 속도를 감안해볼 때, 국가 소유의 생산 시스템(논스톱으로 운영되는)은 거의 무제한의 공급 능력을 가질 것이다. 유일한 한계는 천연자원일 수 있다. 이것이 더 지속 가능한 운용 방법을 찾는 기술 혁신의 지속적 추진을 방해하는 제약이다. AI 유토피아에서는 정부 개입이 표준이고, 민간의 생산은 예외일 것이다.

아랍에미리트 국가 독립 100주년이 되는 2071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났다고 상상해 보자. 두바이를 떠나 앤트워프를 방문하는 미래의 라파엘 히슬로디는 다음과 같은 소식을 듣게 될 것이다. “당신이 사는 곳에서 정부는 가장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계를 소유하고 운영하며, 사람들이 여가 생활과 창조적·영적 일에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준다. 고용과 세율에 대해서는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당신도 이런 세상을 만날 수 있다.

* 본 기사에 대한 저작권은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에 있습니다. 본 칼럼 내용은 Asia Times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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