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일왕의 사촌 타카마도 왕자의 셋째 딸인 아야코 공주(오른쪽)와 약혼자 모리야 케이가 2018년 10월 30일 도쿄에서 한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AFP)

아키히토 일왕의 5촌 조카인 아야코 공주는 지난해 일반인과 결혼하며 본인의 이름과 직위, 왕족 신분을 모두 포기했다. 아야코 공주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일본 왕실에서 나간 또 다른 왕족이 됐다.

올해 또 다른 공주가 결혼하면서 일본 왕족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18명인 왕족이 17명이 된다. 이중 13명이 여성이다. 왕족 중 여성의 숫자는 일본에서는 남성만 일왕에 즉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일본 왕가에는 다섯 명의 공주가 아직 미혼이다. 이중 세 명은 30대다. 곧 즉위할 나루히토 새 일왕과 마사코 왕비의 딸인 아이코 공주는 16살로 유일한 10대 공주다. 나루히토-마사코 부부는 4월 30일 아키히토 일왕에 이어 왕위를 승계할 예정이다. 84세의 아키히토 일왕은 고령을 이유로 보다 젊은 왕족에게 왕위를 물려주려 한다.

지난 40년간 일본 왕가에서 출생한 남자아이는 단 한 명이다. 히사히토 왕자는 현재 11세이며, 동 세대의 유일한 남성 왕족이다. 그는 현재 일왕 승계 순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마코 공주와 약혼자인 고무로 케이의 결혼이 일왕의 퇴위 및 그 다음날 진행될 즉위식을 둘러싼 축제에 가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연기된 바 있다.

일본 왕가도 신부가 본인의 가족을 떠나 남편의 가족이 돼야 한다는 일본의 결혼법을 적용 받는다. 따라서 야마토 왕조의 아야코 공주는 결혼과 함께 평범한 모리야씨가 됐다.

반면에 영국에서는 일반인이자 심지어 미국인이었던 메건 마클이 해리 왕자와 결혼해 영국 왕실에 정식으로 합류하고 서식스 공작 부인이라는 작위까지 받았다.

일본 남성 왕족이 일반인과 결혼할 경우에는 얘기가 다르다. 현 일왕과 그의 아들 모두 일반인과 결혼했으며, 이들의 부인은 왕족이 되었다.

사실 결혼할 수 있는 일본 귀족이 없기 때문에 이 둘은 다른 방법으로는 결혼을 못 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건 미국 점령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점령 기간 동안 평화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일왕은 유지했지만, 일부 직계 가족을 제외한 귀족제는 폐지했다.

미국인들이 일본 내 여권 신장을 장려한 점을 생각하면 왕위가 남성에게만 계승되게 한 법을 유지한 것은 이상한 일이다.

일반인과의 결혼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미치코 왕비와 곧 왕비가 되는 마사코 왕세자비는 왕실에 적응하기 힘들어했다. 마사코 왕세자비는 외교관으로서 유망한 직업을 포기하고 왕실에 들어간 것으로 유명하며 이후 아들을 출산해야 하는 압박감에 신경 쇄약 등을 겪었다.

한 왕실 관계자는 후계자인 아들을 출산해야 한다는 대중의 압박 뿐 아니라 답답한 왕실 의례와 같은 문제 때문에 “왕족의 부인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심각한 왕족 부족 현상

적어도 가까운 장래에 왕위 계승은 문제없어 보인다. 나루히토는 58세밖에 되지 않았으며 앞으로 꽤 오래 통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를 잇는 서열 1위는 조카인 히사히토 왕자다. 그러나 남성 후계자가 심각하게 부족해지면서 다른 여지가 없어졌다. 영국과 다르게 일본에는 만약 불가피할 경우 왕위를 계승할 해리 왕자와 같은 이가 없다.

그리고 앞으로 오랫동안 더 이상 왕가에서 아들이 태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키코 공주는 39세에 히사히토 왕자를 출산했고 앞으로 더 이상 출산하지 않을 것이다. 마사코 왕세자비도 마찬가지다.

왕위를 계승할 적절한 남성이 없을 것처럼 보였던 2005년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왕비가 아닌 여왕을 허용하는 법안을 마지못해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히사히토 왕자가 2006년에 태어나자마자 재빨리 철회됐다. 야마토 왕조를 이어갈 남성들이 이제 충분하다고 안심한 것이다.

2008년에 좀 더 진보적인 야당이 집권했을 때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아야코 공주와 같은 여성이 왕실을 이끌 수 있도록 하자고 다시 제안했다. 그러나 노다 총리가 보수적인 아베 신조에 패하면서 이 문제는 다시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여성의 왕위 승계

아키히토 일왕은 2016년에 아들에게 왕위를 승계하고 본인은 공인으로서의 삶에서 물러나고 싶다고 발표하면서 논쟁을 다시 촉발했다. 현직 일왕의 퇴위 가능성은 왕실 문제를 다루는 왕실법에서는 없던 사안이었다.

일본 정부는 현 일왕을 위해 법을 바꾸려 했지만 이번에만 퇴위를 허용한다는 점을 설명하는 데 큰 공을 들였다.

아베 총리는 만약 논쟁이 지속할 경우 여성의 왕위 승계 문제가 불거질 것을 두려워했다. 이는 본인은 물론 일본 보수파가 강하게 반대하는 문제다.

2017년에 통과된 법에 따르면 정부는 즉시 줄어드는 황족 문제에 대한 방안을 찾아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현재까지 이 흥미로운 문제에 대한 보고서는 올라오지 않았다.

여성이 왕족 지위를 유지하면서 왕가를 이끄는 방안은 이미 정부에서 제시된 바 있다. 이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등의 경우를 봐도 다른 국가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속한 일본 보수파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미국이 제정한 헌법에 따라 일왕은 국가의 상징이며 일본 국민들을 통합하고 그의 권력은 “주권을 가진 국민들을 따르는 데서” 나온다. 보수층의 입장과 반대로 여론 조사 결과는 지속적으로 대중들이 여성의 왕위 계승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줄어드는 왕실 문제에 관한 또 다른 해법이 있다. 과거 미국의 점령 당시 평민으로 강등된 귀족들의 남성 후손을 왕가로 불러 계승 후보자로 만드는 방안이다.

이 계획이 실현될 경우 오늘날 일반인으로 조용히 살고 있는 일부 일본인들이 새로운 왕조를 수립하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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