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중국 해커들의 기술 탈취를 차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사진: 아이스톡)

미국과 중국의 장관급 대표단이 4일 막바지 무역협상에 들어간 가운데 중국이 최근 지식재산권(이하 ‘지재권’) 탈취와 기술이전 강요, 사이버 해킹 등 미국이 제기한 문제를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협상 타결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재권 탈취는 미중 무역협상 타결의 관건이 되는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미국이 중국에 자국산 대두나 돼지고기 수입을 늘리게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중국의 지재권 탈취를 막기란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만큼 어렵다.

워싱턴의 한 통상전문 변호사는 Asia Times와의 인터뷰에서 “관세 인상과 고위급 협상, 양해각서(MOU) 체결 등을 거쳐도 중국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며 “산업적 차원에서 지재권 탈취를 조장하는 중국의 정책은 이란과 아랍권이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만들어 서방 세계로 수출하는 유가를 올린 이후 부(富)의 이전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미국 당국은 비난에 그치지 않고, 지재권 탈취 혐의로 다수의 중국인을 기소했다. 하지만 탈취를 계속하기보다 멈췄을 때 입을 피해가 더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이 굳이 탈취를 멈출 이유가 없다.

중국의 도전

지재권 탈취는 외국기업이 거대한 중국 시장 진출 대가로 내키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기술을 제공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순전히 절도 범죄이기 때문이다.

중국 직원들이 직접 스타트업을 세우려고 미국 기업들로부터 독점 정보를 훔치거나, 중국 기업이 경쟁사에서 일하면서 특별한 지식을 보유한 직원을 데려오는 등 지재권 탈취 방법은 다양하다. 미국 아이오와 주 옥수수 농장에서 중국인들이 유전자 조작 옥수수 샘플을 훔치다가 붙잡힌 사례도 있다. 사이버 세계에서의 기술 탈취도 횡행하고 있고, 중국 정보기관이 핵심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해커를 직접 고용하기도 한다.

미국 검찰은 지난해 11월 미국 반도체 회사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기술을 훔친 혐의로 중국 반도체회사 푸젠진화반도체(Fujian Jinhua Integrated Circuit Company)를 조사한 바 있다. 화웨이의 T모바일 지재권 탈취 혐의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심지어 애플이나 테슬라 등 중국 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기업들도 중국이 배후에 있는 전/현직 직원들의 기술 탈취 문제를 겪고서 소송을 제기하거나 미국연방수사국(FBI)에 수사를 의뢰했다.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 지재권을 탈취하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중국 국가안전부(MSS) 요원이 GE 애비에이션의 제트엔진 기술 탈취를 시도한 혐의로 체포됐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는 이상하리만큼 중국의 지재권 탈취에 관대한 태도를 취해왔다. 서양 기업들은 괜히 중국의 심기를 건드려 중국 시장 진출에 차질을 빚게 될까 봐 이 문제를 사실상 묵인해줬다.

역사적으로 오래된 문제

지금은 중국이 가장 유명한 지재권 탈취국일지 몰라도 유일한 탈취국은 아니다. 프랑스는 1980년대와 90년대에 해외 반도체 기술 탈취로 악명이 높았다. 미국 기업들이 지재권 탈취 문제로 서로 비난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지재권 탈취가 사실 오늘 내일의 문제는 아니었다. 중세 시대 베네치아의 유리 제조 기술은 탈취를 막고자 철저한 비밀에 부쳐졌다. 미국이 순전히 훔친 영국 기술 덕에 산업 혁명을 일으킨 건 아니었어도 그로 인해 더 빠른 발전을 할 수 있었다.

이 문제는 1960년대 이후 동아시아에서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안정적인 정부와 사회, 교육과 훈련을 받은 노동력, 외국 시장 진출과 투자 자본 확보는 모두 20세기 후반 아시아 국가들이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루게 해준 핵심 동력이었다. 그러나 지재권 탈취도 큰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일본은 지재권 탈취로 악명이 높았다. 대만도 한국과 미국으로부터 지재권을 탈취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한국은 자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이 대만의 타깃이었다고 불평했다.

그러나 이들 아시아 수출 강국들은 미국의 동맹국들이었고, 그들의 지재권 탈취로 미국도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중국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마오쩌둥(1893~1976년)의 사망과 산업화된 자본주의 모델로의 경제 전환 이후 중국은 국내외에서 지재권 탈취를 자행했다. 실제로 중국은 이를 경제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간주했다.

미국 등이 중국에 대해 실질적 처벌을 가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중국과 중국 기업들은 지재권 탈취를 멈추려고 하지 않았다.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데 지재권 탈취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특히 더 그랬다.

하지만 그로 인해 미국은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의 지재권 탈취로 연간 최소 2,250억 달러(256조원)에서 최대 6,000억 달러의 경제적 피해를 보고 있다. 이처럼 피해 규모 추산 범위가 넓은 이유는, 전문가들 사이에 지재권 탈취 계산 방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보수적으로 잡은 2,250억 달러도 엄청난 액수임이 틀림없다.

중국은 거대한 자국 내 시장에서 훔친 기술을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다. 이후 저렴하게 조달한 투자금과 정부 보조금 등의 지원 덕분에 싼 가격에 훔친 기술을 해외로 수출함으로써 경쟁국들의 기술 가격까지 크게 낮출 수 있다.

지재권 탈취가 단지 상업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그것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도 기여하고 있다. 중국은 기술 탈취를 통해 특히 스텔스, 해군, 항공 기술 획득에 성공했다. 최근 미 해군 내부 검토 결과, 해군과 하청업체들이 중국 정부가 고용한 해커로부터 ‘사이버 공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재권 탈취가 결코 새로운 문제는 아니다. 다만, 중국의 탈취 규모가 문제다. 무역협상에 나선 미국 협상팀에겐 이것이 당장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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